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연예인 죽이는 연예 기사…연예 기자들에게 물었다
29,478 19
2025.03.02 22:08
29,478 19
▲왼쪽부터 고 구하라, 고 김새론, 고 설리(최진리). 사진=민중의소리, 김새론 인스타그램, SM 설리 추모 이미지.

▲왼쪽부터 고 구하라, 고 김새론, 고 설리(최진리). 사진=민중의소리, 김새론 인스타그램, SM 설리 추모 이미지.

언론은 고 김새론 씨가 배우로도, 일반인으로도 살 수 없도록 괴롭혔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논란으로 비화시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그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022년 5월부터 기일인 지난 16일까지 2년10개월 간 전국 80개 신문·방송사에선 김씨 SNS 게시 당시 나온 기사량이 그의 사건에 형사배당·기소 소식이 전해진 달에 비해 1.5~3배에 달했다. 제목엔 '아르바이트 호소인', 'SNS병' 등 조롱을 경쟁적으로 담아서다. 언론은 커뮤니티 게시판과 댓글창, 유튜버의 사이버 괴롭힘을 받아쓰며 '알권리'란 포장을 씌웠다.

인격살인 보도로 여성 연예인이 죽음에 이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예매체에 오래 몸담은 전·현직 기자들은 그 배경으로 극한에 다다른 연예기사 생산 구조를 꼽는다. 문제 보도를 작성한 기자 개인에 대한 비판도 마땅하지만, 내부 자정이 불가능해진 연예매체의 기사 생산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기자가 바뀌어도 연예인의 죽음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그 뒤엔 문제 보도를 제재하지 못하고, 이로부터 수익을 거두는 포털의 책임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고 김새론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022년 5월부터 기일인 지난 16일까지 2년10개월 간 전국 80개 신문·방송사의  보도량 그래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고 김새론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022년 5월부터 기일인 지난 16일까지 2년10개월 간 전국 80개 신문·방송사의  보도량 그래프. 김 씨의 형사배당과 불구속 기소가 이뤄진 2022년 6·12월 기사량보다 그가 SNS를 올린 2023년 4~5월 나온 기사량이 1.5~3배 많다. 

 

 

기자들 설명에 따르면 연예매체에서 저연차 기자는 주로 유명 인사들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받아쓰기와 '어젯밤 TV' 요약 기사를 쓴다. 중·고연차도 경쟁적 받아쓰기를 하는 한편 제작발표회와 인터뷰 취재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도 조회수 일변도의 속보는 쏟아진다. C기자는 "내가 속한 매체는 그 정도의 압박을 주지 않았는데, 다른 매체의 경우 제작발표회나 배우 라운딩 인터뷰를 가도 행사 진행 와중에 기사가 나온다. 그 배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스캔들을 다룬 발언이 분절돼 실시간 발송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기자는 본인이 무슨 기사를 썼는지도 모르게 된다"고 했다.

사내에서 기자 성과를 가르는 인센티브 제도도 포털 조회수를 유일한 잣대로 한다. 한 스포츠 일간지는 한해 '[단독]' 붙인 기사 개수에 따라 기자 인센티브 규모를 정해 수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기자는 "지난해 타사 동료 기자가 조회수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로 1000만 원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A기자는 "자극적 기사를 많이 써서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하면, 그게 정도인 것처럼 문화로 자리잡는다"고 했다. D기자는 "타사 동료 기자가 연봉협상에서 휴가철 한 때 조회수가 낮아졌던 것을 이유로 슬럼프의 원인을 말하라는 추궁을 들었다고 한다"며 "그런 곳에 오래 머무는 기자는 '이 사안이 언론이 다뤄도 되는 사안인가'를 고민할 수 없도록 '가스라이팅' 된다. 취재 윤리를 말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B기자는 "회사는 그런 문제적 기사를 쓰지 '못하는' 기자들이 스스로 무능하다고 여기도록 만든다. 문제적 기사와 제목을 뽑아야 유능하다 대접 받는 곳에서 취재 윤리를 이야기하며 조회수를 뽑지 못한 기자는 쓸모 없는 기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 업계를 떠날 게 아니라면 회사가 원하는 인간으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25세의 나이에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씨와 관련한 사망 전 보도와 사망 후 보도.위부터 김새론 배우 사망 전 파이낸셜뉴스, 조선일보, OSEN 기사 제목과 김새론 배후 사망 후 파이낸셜뉴스, 조선일보, OSEN 기

▲25세의 나이에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씨와 관련한 사망 전 보도와 사망 후 보도.위부터 김새론 배우 사망 전 파이낸셜뉴스, 조선일보, OSEN 기사 제목과 김새론 배후 사망 후 파이낸셜뉴스, 조선일보, OSEN 기사 제목. 정리=금준경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연예매체의 사생활 침해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A기자는 고 신해철씨가 자신의 결혼임박설을 보도한 스포츠신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이긴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법은 멀고 조회수는 가깝다.' 그는 "언론이 기사를 쓰면서 '국민 알권리'라고 내세우지만 보도를 문제라 보는 판례는 쌓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소송이 쉽지 않다"고 했다. 대다수 연예인은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논란 와중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탓이다.

한 인터넷신문사 연예부 담당 D기자는 "하루 10건 넘게 기사를 쓰면 '이 기사가 적절한가'라는 판단할 시간도 갖지 않고 '이건 나도 써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만약 타사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올랐는데 우리는 없다면, 급하게 따라쓰면서 더 자극적 제목을 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새론 씨 생전 그를 'SNS병'이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쓰고, 사후엔 게시글이 'SOS신호'라 추측하는 기사를 써 누리꾼 지탄을 받은 한 기자는 최근 한 달 600건의 기사를 썼다.

.

.

엑스포츠뉴스,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오센 등 10여 개 연예매체가 속한 연예스포츠미디어협회 박준철 회장(스타뉴스 대표)은 김새론 씨 사망에 대한 언론 책임을 묻는 지적에 "그 부분에 동의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연예 스포츠매체 대표 간 자정작용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협회 내 미디어들은 자체적으로 자정하라고 평소에 얘길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여서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연예인의 죽음이 계속되자 네이버가 연예기사 댓글창을 없앴지만, 그 뒤 누리꾼이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찾아가 댓글과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는 현실도 지적했다. B기자는 "대부분 연예매체들의 밥줄을 쥐고 있는 건 포털이며, 현재 상황에서 연예매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건 사실상 포털뿐이다. 또한 연예매체들이 쏟아내는 문제적 기사로 큰 이익을 거두는 것도 포털이란 면에서, 포털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28798

 

 

목록 스크랩 (1)
댓글 1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X더쿠💚] 쫀득한 텍스처로 모공 속 피지 강력하게 흡착 ✨한율 #쑥떡팩폼 체험단 (100인) 506 12.23 24,4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3,81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3,59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4,10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90,00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8,51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2782 유머 [흑백요리사] 이 아저씨 어르신 칼 뽀려쓰는 거 경력직이야 왜 ㅋ 5 05:35 1,185
2942781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우유 디저트 카페 입니다~ 4 05:33 128
2942780 유머 🐱안녕하세요 출장 요리사 고등어 입니다~ 6 05:31 112
2942779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치즈냥 식당 입니다~ 4 05:26 114
2942778 이슈 가끔 샤워하다 치매가 의심 될때 43 05:15 2,401
2942777 이슈 D-1❤️‍🔥 3년만에 연말콘서트하는 헤이즈 1 05:13 120
2942776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100편 4 04:44 159
2942775 유머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리는 9가지 방법🎄 9 04:43 755
2942774 이슈 스파이더맨인가 아파트 벽을 저렇게 탄다고??? 4 04:41 949
2942773 이슈 같은날 훈련소 입소했는데 너무다름 9 04:35 2,128
2942772 이슈 사실 개성주악이 아닌데 한국에서만 개성주악으로 불리는 것.jonmat 22 04:14 3,178
2942771 이슈 2025년 일본 남성 아티스트 인기도TOP5(12개국가와 지역) 14 03:53 1,042
2942770 이슈 전성기에 돌연 증발한 할리우드의 전설 2 03:51 2,382
2942769 유머 나 초밥 알러지 있어.X 11 03:43 1,789
2942768 이슈 [흑백요리사 2] 말솜씨 여전한 최강록 12 03:42 2,381
2942767 이슈 신인 아이돌 롱샷 자작곡 제목이 '좋은 마음으로'인 이유 2 03:26 607
2942766 정보 단돈 1.5만엔으로 최애보며 식사하는 일본의 크리스마스 파티.jpg 19 03:25 3,388
2942765 이슈 4년전 오늘 공개된, 전소미 "Anymore" 뮤직비디오 1 03:07 194
2942764 이슈 수서행 srt나 동서울 버스터미널행 버스에 어린 아기가 안달래지게 울면 한번만 더 참아보세요.. 39 02:59 4,020
2942763 유머 중국애들은 신상정보같은거 유출 안되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32 02:56 6,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