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척의 배가 미국에서 아시아를 향해 출발함
일본과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순방하는 사절단을 보내는 거였음

당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a.k.a 테디 루스벨트)는
이 사절단에 자신의 딸도 함께 보냈음


그녀의 이름 앨리스 루스벨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외동딸이었음.

그녀가 함께한 사절단이 아시아로 온다는 소식에
고종은 서둘러 그들을 초청하였음.
1905년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들은 여전히 혼란했고
고종과 신하들은 미국의 공주(...)가 아시아를 온다는 소식에
뭔가 미국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음.
그렇게 방법을 고민하던 때

1882년 미국과 맺은 조약이 생각남
그 조약은 바로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1조에 두 나라는 평화로운 관계를 이어나가되 그 중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 인해 불공경모(업신여겨 모욕당함)한 일이 생기면 서로 도와주라는 내용이었음 ...
사실은 관례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었지만 국제정세를 잘 몰랐던 고종은 미국의 공주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사절단을 초청한 거였음.
사절단은 일본을 방문한 뒤 조선에 오게 되는데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듯함
경운궁(현 덕수궁)에서 고종은 자신의 생일 축하연에서 먹었던
음식을 대접하였음


(식사는 최근에 재현)
당시 식단표도 현재까지 보관 중인데
고종이 공식적으로 여성과 처음한 식사였다고 함.
그니까 얼마나 이 자리가 고종에게 중요한 자리였는지 알겠지?

식사 후엔 당시 식사 때 쓰였던 식기와 고종과 순종의 초상화를 선물로 증정했다고 함
(초상화는 현재 한국에 반환됨)
하지만 앨리스는 후기에 이렇게 그 날의 감상을 남김.
“황제와 마지막 황제가 된 그의 아들은 우리 공관 근처의 궁궐(덕수궁)에서 남의 눈을 피해 생활했다. 며칠 후 궁궐내 유럽식으로 꾸민 장소(중명전)에서 점심을 먹었다. 위층 방으로 안내받아 (접견한 후) 키 작은 황제는 자신의 팔은 내주지 않은채 내 팔을 잡았고, 같이 서둘러 비틀거리며 매우 좁은 계단을 내려가 평범하고 냄새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황족의 존재감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며 다소 측은하게 별다른 반응없이 멍하게 지냈다.”
그 다음날 명성황후의 능에 초청받은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는데




승마복 차림을 입고 나타나 담배를 피우며 능에 있는 수호상에 올라타 사진을 찍으며 신나게 놀았던거임.
그러나 그에 대해 아무 말 할 수 없었던 고종과 신하들 (.........)
그들은 그렇게 3박 4일간 마음대로 놀다가 조선을 떠났음
사실 이 일에는 비하인드가 있었는데
이 사절단은 일본을 방문해 비밀리에 협약을 맺었던거임

당시 미국의 국방부 장관인 태프트와

일본의 총리 가쓰라가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논의를 하며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보호권(...)을 인정하고
그걸 미국이 돕겠다는 그런 내용이었음
그 외에도 필리핀은 미국이 다스리고
일본은 그에 간섭하지 않겠다 등등의 내용도 있었음
그 밀약을 맺은 후 태프트는 미국에 돌아갔고
남은 일행만 조선에 방문한 것이었다 ...
이 사실을 몰랐던 대한제국은 극진히 대접했으나
그들이 보기에 조선은 일본의 밥이나 다름없었음 ........
결국 아무 성과도 없었던 그들의 방문이 끝나고
그해 11월 17일 을사늑약이 맺어짐 (.....)


여담
당시 미국에선 이 일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4년 뒤 당시 대한제국 황실에 있었던 독일인 여성이
그 당시의 일들에 대한 책을 썼고
거기에 앨리스 루스벨트의 일화가 실리게 됨
그걸 뉴욕타임즈에서 보도하자 난리가 난거임

“우리 일행은 그녀의 그런 망나니 같은 짓에 경악했고,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토록 신성한 곳에서 저지른 그같은 무례한 짓은 한국의 역사에서 찾아볼수 없는 일이었다.”
꽤 상세하게 서술된 내용에 앨리스 루스벨트의 남편은 다 지어낸 얘기이고 글쓴 사람이 정신병자라며 반박했고 사진이나 증거가 없어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나중에 이 사진들이 나오게 되며 사실로 밝혀지게 된거임 ..
가쓰라 태프트 밀약은 1920년대에나 알려지게 되었고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상태였음
오늘의 트럼프-젤렌스키를 보며 떠올라 적어보았음
3.1절이니 더 느껴지는 것이 남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