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지속된 ‘경직적 기금 운용’ 지적에
“복권기금 무조건 35% 배분? 조정 여지있나”
기재부, 법제처에 복권법 두 조항 해석 질의
“법개정 권고” 답변, 일단 기금 평가 강화 추진
정부가 로또 등 복권의 수익금으로 조성되는 ‘복권기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법상 복권기금의 35%는 무조건 10개 기관에 분배하고, 나머지 65%는 공익사업에 쓰게 돼 있다. 20년째 경직적인 이 구조 때문에 공익사업이 아닌 불필요한 곳에 돈이 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개선책을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사무처는 최근 법제처에 복권기금 배분 비율 ‘총량(35%)’을 조정하는 것이 현행법상 가능한지 질의했다.
기재부, 법제처에 “법정 비율 35% 안 지켜도 되나?”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수익금에서 당첨금·운영비를 제외한 복권기금의 35%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국민체육진흥기금·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10개 기관에 법정 배분해야 하고, 그 비율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35% 중 17.267%는 지자체에, 12.583%는 과학기술진흥기금에 분배해야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2011년 개정된 법에 따라 각 기금에 할당된 배분 비율의 20% 범위에서 성과 등을 고려해 ‘가감’ 조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두 조항을 들어, 각 기금 비율을 모두 조정해 총한도 비율까지도 35%를 밑돌거나 웃돌도록 할 수 있느냐고 법제처 해석을 의뢰한 것이다. 기재부는 경직적인 ‘법적 배분’ 비율을 줄여, 나머지 공익사업에 더 많은 기금을 쓰고자 한 취지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비율은 2004년 복권 발행 권한을 각 부처·민간에서 기재부 소속 복권위로 일원화하면서, 기존 복권 발행기관들의 수익금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굳어졌다.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20년 동안 아무도 이 비율을 쉽사리 조정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일부는 복권기금 취지와 상관없는 민원성 사업에 지원되거나, 이미 여유 재원이 넉넉한 기금에도 마땅한 용처 없이 주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기재부는 우선 법 개정 없이도 좀 더 탄력적으로 35%를 허물 수 없을지부터 고민한 것이다.
법제처의 해석은 일단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법제처는 “각 기금의 배분 비율을 가감 조정하더라도, 가감조정 결과에 따른 기금 배분 총량은 35%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탄력적 운영을 위해서라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법제처는 “복권 수익금 가운데 기금 등에 배분되는 총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그 배분 총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이를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법제처 “법 개정” 권고… 기재부 “일단 ‘선택과 집중’ 유도”
법제처의 해석에 기재부는 한발 물러서 법정 배분 비율 조정을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동시에 복권기금을 더욱 공익적인 사업에 쓸 수 있도록 기금 운용 방식을 일부 개편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자체 민원성 사업 등 기금의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들을 모두 빼고, 모두 공익적 사업에 쓸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유도할 예정”이라며 “이미 가감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기존 사업 중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가감 조정해 보려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각 기금의 가·감점 평가 항목을 개편할 예정이다. 복권기금 예산 중 복권위가 제시하는 브랜드 사업군 비중에 따라 가점을 주거나, 법정 배분액으로 공익적 사업 자금이 아닌 여유 자금 등 기금 조성 재원으로 편성된 경우 감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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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1057444?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