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그룹 3월 대전이 시작된다. 단순히 3월에 걸그룹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그들은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중인 걸그룹 뉴진스의 공백을 메우는 게 궁극적 지향점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
3월에는 다양한 걸그룹들이 쏟아진다. SM엔터테인먼트가 에스파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하츠투하츠를 비롯해 '아이브 동생'이라 불리는 키키가 출격한다. 여기에 이미 '완성형'에 들어선 걸그룹 르세라핌, 엔믹스 외에 도약을 노려야 하는 스테이씨, 세이마이네임 등이 3월에 출사표를 던진다.
하츠투하츠는 24일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날 공개된 첫 싱글 'The Chase'(더 체이스)에는 타이틀곡이자 데뷔곡인 'The Chase'와 'Butterflies'(버터플라이즈) 등 총 2곡이 담겼다. 멤버는 총 8명이다. 그동안 SM에 없었던 그룹 인원 수다. SM 최초로 동남아시아 출신 멤버인 카르멘(인도네시아)가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
SM은 전통적으로 걸그룹이 강했다. 원조 그룹인 S.E.S를 시작으로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등이 그 계보를 이어왔다. 그리고 에스파는 현존하는 최고 K-팝 걸그룹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에스파가 건재한 상황 속에서 SM이 새 걸그룹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크다. 에스파와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에스파와 다른 결을 갖고 있던 뉴진스의 팬덤까지 끌고 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이란 불리는 아이브의 뒤를 잇는 걸그룹인 키키를 내놓았다. 아이브는 최근 세 번째 EP '아이브 엠파시(IVE EMPATHY)'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매하고 건재함을 과시했다. 멤버 장원영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멤버 개인으로 놓고 봤을 때는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5인조 걸그룹 키키로 또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키키가 24일 프리 데뷔곡을 발표하며 첫 발을 내디뎠다. SM이 에스파에서 하츠투하츠로 오며 멤버 수를 늘린 반면,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에서 키키로 이동하며 멤버 수를 줄인 것이 인상적이다.
키키는 이 날 데뷔 앨범이자 첫 번째 미니 앨범 'UNCUT GEM(언컷 젬)'의 프리 데뷔곡 'I DO ME(아이 두 미)'를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프리 데뷔곡 '아이 두 미'는 키키의 당찬 매력을 극대화한 곡으로, 자신의 직감을 믿고 자신 있게 살겠다는 주체적인 소녀의 마음을 표현한 팝 댄스곡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두 그룹의 티저 이미지를 보고 "뉴진스가 떠오른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흘러 나왔다. 물론 이는 억측일 수 있다. 이제 막 데뷔하는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뉴진스가 새롭게 등장한 계열사 후배 걸그룹 아일릿의 콘셉트 도용 논란을 제기했다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듯, "이미지가 겹친다"는 말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K-팝 업계 관계자들은 "궁극적으로 뉴진스의 빈자리를 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뉴진스는 지난해 6월 '슈퍼내추럴'을 발표한 이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그룹명을 NJZ로 바꾸고 오는 3월 홍콩에서 신곡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멤버 하니는 E-6 비자가 만료돼 사실상 한국에서의 활동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른 기획사와 손잡고 이 비자를 발급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뉴진스의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3월 NJZ로 활동을 재개해도 그들이 뉴진스의 히트곡들을 부르지 못할 가능성이 꽤 높다. 스스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끝났다"면서 활동명까지 바꿨기 때문에 '뉴진스의 노래를 부르는 NJZ'라는 이미지는 대중의 반감을 살 공산이 크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대중은 '디토', '어텐션' 등 몽환적이고 소녀의 이미지를 강조한 뉴진스의 무대를 보기가 어렵다.
하츠투하츠나 키키는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청순한 걸그룹의 이미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스테디셀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뉴진스로부터 이탈한 후 아직 정착할 그룹을 찾지 못한 팬들은 새로운 걸그룹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 중소돌로서 탄탄하게 저변을 다지고 있는 스테이씨와 그룹 JYJ 김재중이 프로듀싱한 걸그룹으로 유명한 세이마이네임도 다음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넥스트 뉴진스'를 외친 적은 없다. 하지만 '쇠맛'으로 무장한 에스파가 '센 언니'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 속에서 무주공산이 된 '청순 걸그룹 시장'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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