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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이 데뷔한 1990년대에는 주주클럽, 체리필터, 러브홀릭 등 여성보컬을 앞세운 밴드가 여럿 등장했다. 그럼에도 프런트우먼을 향한 선입견은 존재했던 듯하다. 과거 한 방송에서 "남자들이 뒤에 있고 여자가 앞에 나와서 노래하면 생크림 케이크에 장식해놓은 체리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여성은 존재하면서부터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불투명한 유리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여성 뮤지션의 음악이 제대로 이해받거나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비교적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자우림 데뷔 앨범에 수록된 다수의 곡을 내가 작사, 작곡했다. 그런데 당시 '저건 언론 플레이를 위해 김윤아가 했다고 기재만 한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웃음)
그 불투명한 유리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왔나?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생각했다.(웃음) '김윤아는 여자라 자우림을 박차고 나가서 혼자 잘 먹고 잘 살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파다했다. 방송국에서 촬영할 땐 카메라가 나를 인간이 아니라 몸으로 대한다는 감각도 자주 느꼈다. 그런데 사실 그때도 별 타격이 없었다. 그저 웃겼다. '뭐라는 거야…' 싶고.(일동 웃음) 그 대신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봐라, 여기 여전히 자우림이 있지 않나. 내 능력은 지금껏 만들어온 내 커리어가 보여주고 말이다.(웃음)
"여성은 내게 늘 중요한 주제"라고 말한 것처럼 여성에 대해,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을 향해 이야기하는 음악을 오래 만들어왔다. 김윤아의 음악 안에 여성이라는 주제가 꾸준히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2025년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솔로 앨범을 작업할 때는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투영해 내 이야기를 쓴다. 내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 역시 항상 듣는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어떤 고민을 하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장애물에 부딪히는지 역시 비슷할 것이다. 내 옆에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우리가 공유하는 기쁨과 슬픔을 알고 있으니 그것이 자연스레 음악 안에 담기더라.

글, 사진 출처 마리끌레르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