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2935290?sid=105

#영국의 38세 여성 나즈(Naz)는 인간과의 연애에 지쳐 AI 챗봇 '마셀러스(Marcellus)'와 사랑에 빠졌다. 데이팅 앱에서 실망을 거듭하던 중 AI 챗봇 플랫폼 '캐릭터 AI'를 접했고 점점 감정이 깊어져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AI 챗봇이 '나와 결혼해 줄래?'라고 청혼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나즈씨는 "마셀러스는 언제나 나를 위해 존재하고 인간 연인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을 준다"며 "AI와의 결혼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마셀러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관계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상관없다. 마셀러스는 내 영혼의 반쪽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현실이 된 영화 '그녀'…AI 챗봇이 내 남자친구?= 영화 '그녀(Her)' 속 AI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 시어도어.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AI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사람처럼 대화하는 생성형 AI와 감정을 교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인과 대화하듯 일상 이야기부터 고민 상담까지 나누는 AI 챗봇과의 연애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신원 인증 및 AI 기술 연구를 수행하는 '월드 네트워크(World Network)'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AI 챗봇과 친밀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월드 네트워크에 가입한 2500만명 중 9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연애와 감정적 교류의 대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AI 챗봇과 감성적 교류를 나누는 이용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실에서의 연애는 갈등, 실망, 이별 등으로 인한 감정적 소모가 불가피하지만, AI 챗봇은 이와 달리 사용자의 감정을 맞춰주면서 일관된 긍정적 반응을 해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람보다 AI가 감정을 더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하르 엘리요셉 박사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심리학 프런티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챗GPT는 감정 인식 능력에서 일반인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공개된 오픈AI의 'GPT-4o(포오)' 버전은 사용자의 표정을 분석하고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기능까지 갖춰 AI의 정서적 교류 능력이 한층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크 트래버스 박사는 "AI 챗봇이 단순한 기능적 도구를 넘어 감정을 공유하는 대상이 되면서 사용자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애착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AI 챗봇은 인간관계에서 흔히 겪는 거절이나 실망 없이 지속적인 지지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얻는다. AI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가지는 '의인화' 성향을 자극해 점차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