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겨냥한 가짜뉴스와 인신공격에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가세해 판을 키우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주장이 극우 유튜브와 언론 매체를 통해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되고, 국민의힘이 공식적인 의제로 밀어 올리면 다시 게시판과 유튜브, 언론 매체 및 집회에서 소비되는 되먹임 현상이 반복된다. 최초의 가짜뉴스 생산자부터 허구의 사실을 덧붙인 이들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논란은 지난 11일 인터넷 게시판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 등에 ‘문 대행의 고교 동창 온라인 카페에 음란물이 게시됐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그 뒤 이 온라인 카페를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에 빗대어 ‘행번방’으로 지칭한 글들이 올라왔고, 이를 극우 성향 언론이 기사화했다. 다음날인 12일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이를 다루자, 나경원·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문 대행 사퇴와 수사 착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불법 음란물 2천여건 공유된 행번방 커뮤니티 알면서도 방치한 문형배 재판관, 법관으로서 자격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하지만 문제의 게시물과 댓글 캡처 사진은 처음부터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미 탄핵 반대 집회에선 “문형배 포르노왕” 같은 황당한 주장이 횡행하고 있다. 문 대행 아파트 앞으로 몰려간 이들은 ‘야동(성착취물)’ 등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문 대행 관련 거짓 선전과 비난에 앞장서 왔다. 지난달 22일 “문 권한대행이 지난 2020년 이재명 대표 모친이 돌아가셨을 때 상가를 다녀온 걸 자랑삼아 헌재 관계자에게 얘기할 정도로 (이 대표와) 가깝다”고 말했다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을 받자 핑계를 대고 물러서기도 했다. 결국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명예훼손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시민단체에 고발당했다.
이들이 문 대행을 비롯한 헌재 재판관들을 흔드는 이유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불복 운동을 벌이기 위한 사전 포석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인 셈이다.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인 헌재를 흔드는 것은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반국가적인 행위다. 눈앞의 정략만 따지는 것이 공당의 역할인가. 도대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가려 하는가.
https://naver.me/Fw7LCG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