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6년 3월 어느 새벽 3시 34분. 당시 30살이던 박 모 씨는 경기 부천 소재 현관문이 잠겨 있지 않은 한 주거지에 침입해 방에서 자고 있던 피해 여성의 입을 틀어막고는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소지하던 흉기를 들이대면서 몸부림 치는 피해자를 제압하고 성폭행했다. 당시 피해자 나이는 13세. 이후 박 씨는 거실에서 피해자 부친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현금 13만 5000원을 가지고 달아났다.
박 씨 범행은 처음이 아니었다. 7개월 전인 2005년 8월 새벽 1시 30분쯤, 같은 동네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10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그 집도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동네 현관문들이 죄다 막히자, 잠겨 있지 않은 베란다 창문을 통했다. 2008년 1월과 9월, 2009년 7월 30대 여성 2명과 20대 1명이 이른 새벽 자던 중 폭행당했다.
박 씨의 잔혹함은 18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2023년 6월 야간건조물침입 절도미수죄로 체포되면서 덜미가 잡힌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는 지난해 6월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등치상·절도강간등·주거침입강간등·특수강간등·특수강간) 혐의를 받는 박 씨(51)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17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은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횟수와 기간, 피해자 일부 나이, 피해 정도 등에 비춰볼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들은 약 15년의 오랜 세월 동안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범행으로 당시 10세였던 피해자는 자궁이 파열돼 완치되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알코올의존증 증상이 발생하는 등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다"며 반면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한 바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성폭력 범죄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면서 형이 너무 무겁다며 원심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원심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형사항소14-1부(부장판사 박혜선 오영상 임종효)는 같은 해 12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박 씨에 대해 원심보다 형량을 4년 6개월 높인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박 씨는 2심 판결에도 반발하며 상고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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