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로펌 취업을 거절당하자, 해당 로펌에 불이익을 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대형 기업 사건을 지휘하던 부장검사들이 퇴직 후 곧바로 기업을 방어하는 로펌에 취업하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윤리적 문제도 지적된다.
11일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10대 대형로펌 중 한 곳에 취업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하자 동료 검사들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앞으로 검찰 출신을 뽑지 않는다고 하니 불이익을 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발언이 검찰 안팎에 알려지자 대검찰청은 진상조사에 들어가는 한편, 해당 부장검사를 다른 청으로 발령하는 인사조치를 냈다. 이 검사는 인사조치 이후 곧바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기업 비리 등을 수사하던 부장검사 등이 퇴직 후 바로 로펌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남부지검에서만 3년째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2022년 7월까지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을 지낸 김락현(50·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퇴직 후 법무법인 율촌행을 택했다. 현재는 SK그룹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을 지낸 권찬혁 변호사도 법무법인 F&L 파트너스 대표변호사로 개업했다. 최근까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수사를 이끌던 장대규 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검사도 이번 상반기 검찰 인사에서 사직해 로펌으로 갈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선 서울남부지검 등의 주요 수사 부서에서 요직을 지낸 검사들이 곧바로 로펌에 들어가는 행태에 비판이 나온다. 과거 주요 수사를 하거나 핵심 보직을 지낸 검사들은 지방검찰청이나 비수사 부서 근무를 거친 뒤 퇴임해 왔던 것이 관례였는데, 이같은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는 "최근 남부지검은 대기업 수사를 도맡아 하고 있고 피해 금액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대에 이른다"이라며 "큰돈이 오가는 사건이라 유혹이 많을 텐데 재직 중 대형로펌에 취업하기 위해 사전 접촉하거나 퇴직 후 곧바로 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간부급 검사도 "검찰 안에서 '요직에 앉혔더니 로펌으로 바로 가는 건 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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