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우선입니까, 판결이 우선입니까?”(황교안 전 총리) “대법원과 헌재에서 유권해석을 해줬는데 법률 해석을 개인적으로 하며 잘못됐다고 하시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부정선거론 전파에 앞장 서 온 황 전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에 대리인으로 처음 등판했지만, 기존 보수 유튜브에서 반복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제기한 부정선거 관련 의혹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반박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황 전 총리는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 21대 총선에서 대패한 뒤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끌어왔다. ‘부정선거 연구’ 경력이 무려 5년인 셈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에서 처음으로 대리인으로 참석한 황 전 총리는 “당부받은 것도 있고 해서, 한두가지 질문하겠다”며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당부한 이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헌재 대심판정에서 그는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된 의혹들을 다시 꺼냈다. 황 전 총리는 “공직선거법 157조, 158조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교부함에 있어서 사인, 즉 개인도장을 찍도록 돼있다”며 “지금 선관위에서는 투표 관리관의 개인 도장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질의했다. 대법원이 2022년 7월 “적법한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안이었다. 김 총장은 “법원이나 헌재에서 이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답했지만, 법무부 장관 경력까지 있는 황 전 총리는 “법이 우선이냐, 판결이 우선이냐”며 말꼬리를 물었다. 김 총장은 “법의 해석권은 법원에서 갖고 있다”고 넌지시 말했다.
황 전 총리는 부정선거론자의 대표적인 음모론 소재인 ‘형상기억종이’ 논란도 빼놓지 않았다. 형상기억종이라는 용어는 중앙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생산된 개념이다. 중앙선관위는 당시 제작한 영상에서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복원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세력은 ‘형상기억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김 총장은 “국민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와 영상을 삭제했다”며 “그 문제 역시 대법원 검증 결과 정상 투표지라고 결과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는 “대법원 판결에만 미루지 말라”고 했다. 본투표가 아닌 사전투표 폐회로텔레비전(CCTV)만 가린다는 ‘사전투표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가림막 설치를 안 한 상황에서 기존 건물 시시티브이가 유권자들의 기표 행위 자체를 녹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어서 그에 대한 조치다.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는 그러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사전투표소에서만 가린다. 확인을 바란다. 둘 다 가리는 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배진한 변호사는 ‘선관위 수원 연수원에 비밀 외국인 시설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 수원 연수원이 외국인 공동주택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김 총장은 “2017년인가에 농어촌공사에서 양여를 받았고, 건물 명칭만 바꾸고 용도를 안 바꿨는데, 이후 조치해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차기환 변호사가 “헌법기관이라는 핑계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가정보원의 보안점검을 거부했다”고 공격했지만 김 총장은 “그럼 똑같이, 법원과 국회도 국정원의 감사(점검) 받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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