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을 수정의결했다.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이라 했지만,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유린한 내란 범죄자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인권의 보루여야 할 국가기관이 어쩌다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을 파괴하려 한 권력자를 두둔하고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지경까지 망가졌는지 개탄스럽다. 윤석열 정권 내내 반인권적 퇴행으로 위상 추락을 자초하더니, 인권의 근본정신과 법질서마저 부정하는 것인가.
김용원 인권위원이 발의한 방어권 요구 안건은 당초 지난달 13일 전원위에서 의결하려다 인권위 직원들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회의에서 당초 원안의 문장 대부분은 다수 위원들 반대로 기각됐지만 ‘윤석열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법리적용의 잘못이 없도록 심리할 것’이라는 수정제안 문장이 통과됐다. 내란 범죄로 구속된 후에도 계속 ‘내란’을 선동하는 윤석열을 비판하지 않던 인권위가 그의 권리 보장을 요구한다니 망동을 부추기기라도 하는 것인가.
인권위에는 윤석열 지지자들이 몰려와 “회의를 진행시키려고 왔다”면서 방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일부는 회의장 앞 복도까지 들어와 직원들과 대치했고, 취재진을 향해 “사상검증”을 위협하는 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경찰이 배치됐고, 이용자 안전을 위해 인권도서관 개방도 중단됐다. 도무지 법질서가 존재하는 민주국가 풍경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사정이 여기에 이른 데는 인권위 책임이 크다. 김용원 위원은 5일 페이스북에 “헌재가 국민 뜻을 거슬러 탄핵한다면, 두들겨 부숴 없애야 한다”고 했다. 탄핵 반대가 국민 뜻이란 망상도 황당하지만, 선동의 저급함이 인권위원이 입에 담을 수준이 아니다. 범죄를 선동하는 공직자는 파면하고 수사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출신이면서 계엄과 내란을 옹호하는 안건을 의결한 안창호 위원장도 자격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권위는 도대체 어디까지 역주행하며 망가지려는 것인가. 인권위는 이제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국가인권위원회법 1조)으로 하는 존재 이유에 맞도록 정상화돼야 한다. 인권이란 인류 보편의 정신을 부끄럽게 하는 윤석열 정부의 ‘안창호 인권위’는 폐지론이 나와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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