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호처에서 제공한 비화폰 갖고 계십니까?
"그... 뭐, 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더라고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이날 5번째 질문자로 나온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작하자마자 대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비화폰을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이날은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이후 처음 국회에 나온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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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소속인 부 의원이 청문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의 비화폰 소지 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최 대행은 "가지고 있다" 혹은 "없다"가 아니라, 좀 뜸을 들이다가 "보니까 가지고 있더라"고 마치 사돈 남 말하듯 답했다. 그러면서 "한 말씀 드리면..."이라고 설명하려다 부 의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보통 이런 경우는 갖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을 갖고 있을 때 하는 말투 아닌가. 아니면 설명이 이렇게 길어야 할 이유가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질문을 받은 다른 증인들이 모두 "가지고 있다" 혹은 "네"와 같이 간단히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부 의원에게 질문을 받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정진석 비서실장, 김주현 민정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모두 현재도 비화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행의 대답이 석연치 않은 것은 단지 이날 답변 때문만은 아니다.
최 대행은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예비비를 마련하라 ▲국회 운영자금을 끊어라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편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는 지시문건(쪽지)을 받아놓고 한사코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무려 대통령이 건네준 문건을 그 자리에서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으며, 그걸 부하 직원(기획재정부 차관보)이 간수하게 해놓고, 부하가 알려줄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일만 해도 세 번이나 문건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관련기사 : 내란특검 절대 거부하는 최상목, 결국 이것 때문이었나 https://omn.kr/2c1al)
최 대행은 계엄 후 열흘이 넘어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과 상임위 회의에서도 일관되게 내용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주장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알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지 않고서야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는 이날도 대통령의 쪽지를 애써 '참고 자료'라고 부르면서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썼다. '국가비상입법기구'가 위헌적 기구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여전히 "내용을 알지 못한다"거나 "내용을 이해 못 하니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
멀쩡한 국회를 없애고 새로 만들겠다는 전두환의 국보위 식 기구가 위헌적이지 않냐는 '너무나도 쉬운' 질문에 최 대행은 왜 "예! 그렇습니다"라고 짧고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는 걸까? 석연치 않은 것은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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