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입학 첫 학기부터 휴학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정부가 지난 1년간 똑같은 말만 반복했는데 올해라고 크게 달라질 희망이 안 보이네요. 정부가 이달에 의대생 복귀를 위한 계획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것까지 보고 결정할까 합니다. 미리 잡아 놓은 자취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올해 서울 상위권 의대 ‘25학번’ 신입생 A(19) 씨. 대학 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휴학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꼼짝도 하지 않는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때문이다. A 씨는 “입학 동기들 중에는 일단 휴학을 신청한 후에 단톡방에 인증한 다음 휴학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보상을 받아야 할 대학 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앞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현장도 문제지만 미래 의사를 길러내야 할 의대가 휴학 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터진 이후 의대 휴학생은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1학년부터 집단 휴학이 계속될 경우 심각한 ‘의사 공급 절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인원은 지난해의 8.8% 수준인 269명으로 급감했다.
의대 교수들은 올해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걱정이다. 휴학생들이 한꺼번에 복학할 경우 한꺼번에 돌아오는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나 시설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휴학생들이 올해 1학기에 복귀할 경우 전국 의대 1학년생은 무려 7500명 안팎에 달한다. 실제 정원을 전년 대비 151명 늘린 충북의대의 경우 해부학 실습 공간조차 없다는 지적이 교수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필수의료과목 교수는 “인프라를 완벽히 준비한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학생이 늘면 예과·본과·임상실습 등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하는데 늘어난 인원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이정민 기자,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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