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 것 이상 조치 준비 있을 수 있어” 남탓
윤 대통령은 이날 중앙선관위에 군병력이 출동한 데 대해 “제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한 것”이라며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 선거 소송에 대해 보고 받아보면 투표함을 개함했을 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엉터리 투표지들이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선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출동한 군인들은) 서버를 압수하네 뭐네, 이런 식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내린 지시는 장비가 어떤 시스템으로 가동되는지 보라는 것이었다”며 “국방부 장관도 지휘관, 사령관들한테 ‘이 계엄은 곧 해제될 계엄’이라는 얘기를 안 하고, 헌법에 따라 각자 맡은 업무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까 저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어떤 조치를 준비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영장도 없이 군 투입을 지시했으면서도 ‘단순한 점검’ 차원이었고, 부하 직원들이 자신의 뜻을 과도하게 해석해 수행했다는 궤변을 내놓은 것이다.
선관위 장비시스템 문제를 점검하려면 방첩사령부나 사이버사령부가 투입돼야 했지만 당시 정보사령부 요원들이 투입된 것은 김 전 장관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전혀 압수한 게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밤중에 선관위에 들이닥쳐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를 폐쇄했지만 서버를 압수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의원 끌어내라’ 지시엔 “달 그림자 쫓기” 부인
윤 대통령은 군·경 지휘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 같은 것을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좀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계엄 당시 경찰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통제하고, 군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장면이 방송으로 생중계됐는데도 이를 부인한 것이다.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은 “대통령이 구속돼 형사재판, 탄핵심판을 받고 있고, 안보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실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장원 “윤석열이 ‘싹 잡아들여’ 지시”
반면 이날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정치인 체포조’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측이 “윤 대통령이 전화해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를 도우라’는 취지로 말했느냐”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35분쯤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라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의 통화에서 정확히 ‘체포조’를 언급하며 “체포 대상자를 1·2조로 구분해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일 홍 전 원장에 직접 전화를 한 데 대해 “계엄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며 “계엄 상황과 관계 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긴박한 비상계엄 선포 상황에서 간첩을 잘 잡으라고 전화했다는 주장이다.
이진우·여인형 사령관 증인신문도
증인으로 나온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형사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지만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세 차례 전화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 여 전 사령관도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장관이 직접 정치인 체포조 등의 출동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책임을 부하 군인들에게 돌리는 데 대해선 “방첩사 요원들은 사령관 명령에 복종한 거고 신중하게 조치하려고 노력했다”며 억울함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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