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가 지난달 26일부터 2일까지, 연구개발 직군 조합원 9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대해 ‘반대한다’고 대답한 이들은 90%로 ‘찬성’(6.2%) 혹은 ‘잘 모르겠다’(3.8%)는 답보다 크게 많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 주52시간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적용 제외가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조합원 88.2%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자유 응답에서 한 응답자는 “연구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근무시간은 평균 5시간을 넘지 않는다”며 “52시간제 적용제외를 통해 혁신적인 연구를 이루겠다는 것은 연구 업무의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했다. 다른 조합원도 “신규 인력 충원을 감수해야 할 회사 경영진이 리스크를 적게 감당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 인력으로 어떻게든 회사가 굴러가게만 유지하면서 (직원들을) 더 굴려보겠다는 근시안적인 꼼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안은 일정 소득 이상의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한도(주 최대 52시간)를 적용하지 않고,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원들은 주52시간제 적용제외가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복수응답) ‘일·생활 균형이 저하’(85.1%)되거나, ‘업무스트레스가 증가’(77.1%)하고, ‘노동시간이 증가’(71.1%)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응답은 8.1%에 그쳤다. 연구개발 노동 환경에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는(복수응답) ‘임금수준 향상’(80.1%), ‘인력충원’(49.6%), ‘성과 압박문화 개선’(45.8%) 등의 순으로 꼽혔다.
한 조합원은 자유 응답에서 “근로시간 증가로 가족과의 시간 부족, 여가 생활 단절, 육아·가사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젊은 노동자들은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직장 환경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인력 유출 및 신규 인력 유입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조합원 역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설비가 1년 365일 운영돼 연구개발자들은 근무 외 시간에도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주52시간제마저 없애버리면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한겨레에 “반도체산업의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에 대해 회사는 단 한번도 직원들과 토론하려 하지 않아놓고선 ‘근로시간을 늘리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는 이상한 논리로 직원들 몰래 국회에 법안통과 로비를 하고 있었다”며 “글로벌 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직원이자 국민으로서 부끄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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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문제겟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