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 있는 대통령을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지난 주말인 1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기도가 나오자 참석자들의 "아멘" 화답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보수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이날 연 '국가비상기도회'의 한 장면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번 집회에는 경찰 추산 1만3000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선 헌법재판소를 맹비난하거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는 "종북 극좌파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라며 "헌법재판소를 집어삼킨 우리법연구회 등 사법 카르텔이 남미의 마약갱 카르텔보다 지독하다"라고 헌법수호기관을 공격했다.
공무원시험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도 거들었다. 전씨는 "(비상계엄은) 법치와 공정과 상식을 모두 무너뜨린 공수처와 서부지법, 헌재의 실체까지 모두 알려준 계몽"이라며 지난달 국회·선관위 등을 상대로 군대를 투입한 사태를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으로 불렀다. 그는 윤 대통령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전한길 "재판관 4인 사퇴 안 하면 국민들이 헌재 휩쓸 것" https://omn.kr/2c1yp ).
박수영 "부산이 자유민주주의 지켜야"... 김미애 "헌재 공정성 회복"
윤상현 "좌파 사법 카르텔과 싸워야"... 조정훈, 화장실 가 발언 안 해
여당 의원들은 격려사로 색깔론에 힘을 싣거나 헌재 때리기에 주력했다. 부산역 집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갑)이었다.
현장에서 큰절까지 한 박수영 의원은 "제2의 6.25가 벌어지고 있다. 부산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지금이라도 공정성을 회복하고, 헌법재판관들 스스로 공정성을 회복해 내려와야 한다"라고 목청을 키웠다.
집회 말미 연단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대한민국 체제를 붕괴시키는 3대 검은 카르텔인 '좌파 사법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주최 측은 조정훈 의원도 집회에 참가했다고 알리면서 "화장실에 갔다"고 덧붙였다.
부산일보 "국정 책임져야 할 여당이 헌재 부정? 어이 없다"
이같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회 참가를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지역 언론은 "탄핵 결정 불복 구실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일보>는 3일 자 사설에서 헌재 구성의 다양성, 독립성을 설명하며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이 이를 부정하는 것은 정말 어이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단순 비판을 넘어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비방은 삼권분립을 위태롭게 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야당도 극단적 발언에 동참한 여당에 쓴소리를 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각종 음모론 속에 "(국민의힘이) '극우의 늪'에 빠지고 있다"라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할 여당이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적인 갈등 상황을 조장하다니 우리 사회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이냐"라고 물었다.
그러나 여당은 '극우 비판'에 날 선 반응을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어 "거대한 민심을 '극우'라는 한 마디로 매도하고 있다"라고 발끈했다. 특위는 주말 집회 내용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MBC <한겨레>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기자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우리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극우세력'으로 몰리는 데 대해 좌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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