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검(왼쪽)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현관 모습. 성동훈·이준헌 기자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뒤 경찰 지휘부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을 다음 수사 목표로 겨누고 나섰다. 검찰은 “내란죄 입증에 필요한 수사”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잃자 경찰 흠집내기를 한다”고 반발한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달 3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비상계엄 수사 지휘부를 겨냥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다시 한번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계엄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을 받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에 대한 ‘체포조’를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은 이현일 계장은 전창훈 담당관에게 보고했고, 윤승영 조정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보고한 뒤 방첩사에 체포조 명단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도 윤 조정관의 보고를 받았다고 파악했다.
검찰은 군 중간급 이하 간부들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면서 마무리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방첩사 소속 김대우 전 수사단장과 정성우 전 1처장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단장과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군 출동을 지휘한 인물이다. 김 전 단장은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벙커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정 전 처장은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들은 여 전 사령관의 명령에 반대하며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검찰은 관여 수준이 중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밤 경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경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에 이어 정권교체까지 이뤄지면 ‘검찰 수사권 박탈’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해 수사권을 가진 경찰을 미리 흠집내려는 것 아니겠냐”며 “경찰이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공수처와 함께 공조수사본부를 꾸린 것에 대한 ‘분풀이’나 ‘길들이기’라고 보는 내부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정치인 체포조’가 내란죄 성립의 구성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을 뒷받침할 핵심 범죄사실이기 때문에 필수적인 수사라는 입장이다. 체포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국회)의 권능 행사(계엄 해제 의결)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을 기소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소유지가 중요하다”며 “정치인 체포조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은 국헌문란의 목적 입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현장 지휘를 맡은 군인들까지 피의자로 전환한 조치는 내란죄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신호로 풀이된다. 영관급 장교 다수를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수사 협조를 최대한 끌어낸 뒤 피의자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향후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을 거쳐 파면되면 검찰은 마무리 수사에서 밝혀낸 범죄사실을 담아 추가 기소할 수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