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논쟁이 학교 담장을 넘어 공교육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생들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일부 유튜버의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SNS에 공유하거나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친구에게 ‘빨갱이’ 등 혐오 발언을 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모(36) 교사는 26일 “일부 학생들이 유튜브상에 떠도는 부정선거 관련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판단력이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이 이런 주장을 그대로 흡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교사가 지도한 5학년 일부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빨갱이’ ‘중국인’ 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교사는 “혐오 표현을 한 학생에게는 주의를 줘 사과하게 하고, 부정선거 등 정치적 사안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측 주장도 함께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대표적으로 유명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가 꼽힌다.
학생들은 단체 인스타그램 메신저방에서 전씨가 만든 부정선거 관련 숏폼 ‘릴스’를 활발하게 주고받는다.
지난 25일 유명 성우 ‘쓰복만’(김보민)씨가 올린 전씨 옹호 글도 학생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학생들은 “서부지법 연행자들을 다 풀어줘야 한다”거나 “선관위 때문에 나라에 혼란이 생겼다”는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공무원 준비생 사이에서 유명한 한국사 강사지만 ‘꽃보다전한길’이란 유튜브 채널에 올린 ‘남과 비교하지 말자, 공부 자극’ 등 학습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초·중·고 학생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상당하다.
그는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 ‘대한민국 혼란 선관위가 초래했다’는 영상으로 부정선거 관련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이는 숏폼으로도 재가공돼 조회수 300만회를 넘어섰다.
전씨의 채널은 지난 19일 57만명에서 이날 90만명으로 구독자가 폭증했다.
그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교실 밖’ 교육 환경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교실 외 학습에 큰 영향을 받는 환경에 놓여 있다”며 “학생을 상대하는 교육자가 부정확한 사실을 무분별하게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초등학생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주장은 여과 없이 흡수하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학습한 내용을 유의해서 듣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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