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앨범 중복 구매 조장 K팝 상술에 상처받는 팬심
25,693 10
2025.01.25 00:35
25,693 10
jzsovr

K팝 팬들이 업계의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하며 결성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 창고에 주인 없는 음반들이 쌓여 있다. 단체 관계자는 “팬들이 구매한 뒤 듣지 않는 앨범을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앨범 중복 구매 유도 마케팅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전체 멤버 사진을 각각 개인 카드 형태로 만든 뒤 일부 카드만 무작위로 삽입해 놓는 ‘랜덤 포토카드’(이하 랜덤 포카), 가수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팬싸 응모권’, 앨범 표지만 다르게 하는 ‘앨범 종수 늘리기’다.


랜덤 포카는 앨범마다 2~3개씩 들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앨범에 어떤 멤버의 사진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어 팬들은 음반을 많이 구매한 뒤 확인하는 방식으로 포카를 모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카가 나올 때까지, 혹은 모든 멤버의 포카를 수집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앨범을 사들이는 것이다.


표지만 다르게 한 앨범을 여러 장 발매하는 것도 팬들의 소장 욕구를 공략하는 K팝 업계의 일반적인 상술이다. 팬싸의 경우 기획사마다 당첨 방식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팬들은 음반을 많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


특히 해외 팬들은 영상통화로 진행되는 팬싸에도 몰려드는데, K팝 팬들이 모여 결성된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에 소속된 인도네시아 활동가 누하 이자투니사(28)씨는 “영상통화 팬싸에 참여하려고 앨범을 150장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앨범을 150장 사면 약 285만원”이라며 “인도네시아 사회 초년생이 이 돈을 마련하려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 8시간씩 10개월 넘게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는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했다는 해외 팬의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온다. 심지어 한 중국 팬은 “8377장을 구매했다”며 음반 유통 사이트에 구매 확인서와 앨범 상자가 쌓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앨범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 탓에 해외 팬들을 타깃으로 하는 ‘중간업자’까지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해외 팬들의 주문을 받아 앨범을 대신 구매한 뒤 랜덤 포카만 모아 따로 배송해주고 실물 앨범은 폐기한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믿을 만한 중간상을 찾은 뒤 소정의 수고비를 지불하고 대리 구매와 폐기를 맡긴다”며 “얼마나 많은 앨범을 구매해야 팬싸에 당첨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팬들끼리 돈을 주고 사고팔 때도 있다”고 전했다.




FnexBw

게티이미지뱅크



가요계에서 음반이 과잉 생산·판매되고 결국엔 상당수가 폐기물로 전락하는 행태가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서 K팝 음반 판매량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써클차트 상위 400위권 내 K팝 앨범의 지난해 1~11월 판매량도 약 1억1600만장에 달한다. 이 활동가는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매체도 K팝 음반 시장의 기형적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미국 빌보드는 지난 6월 한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 탓에 CD를 구매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눈여겨봄 직한 부분은 이 같은 K팝 마케팅이 해외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최근 미국 유명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이 한국 걸그룹과 협업한 뒤 자신의 신보에 랜덤 포카를 선보여 ‘K팝 상술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팬들의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악 관련 단체인 ‘뮤직 서스테이너빌리티 얼라이언스’의 커트 랭어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올해 상반기 빌보드 차트 ‘톱10’ 앨범은 평균 22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2010년대 K팝에서 시작된 관행”이라며 “K팝의 마케팅 관행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음악산업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차트 집계 방식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공신력 있는 차트들은 순위를 매길 때 이른바 ‘랜덤 구성물’이 있는 앨범은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기획사가 선보이는 ‘친환경 패키지’나 실물 음반이 없는 ‘디지털 앨범’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그린워싱(친환경적인 방법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랜덤 포카나 팬싸 응모권 같은 방식부터 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고 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꼼수 마케팅은 결국 K팝에 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은주 기자 

박상희 박주원 인턴기자




https://v.daum.net/v/20250125000211709


목록 스크랩 (0)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시스터>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85 01.04 27,87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8,26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77,00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9,3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84,66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0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0,5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5461 기사/뉴스 [단독]17년 만에 지상파 3사 다 뚫었다..김준수, SBS '미우새' 출격 15:31 67
2955460 이슈 라이즈를 담기엔 체조경기장이 좁다… 서울 피날레 공연, 선예매 '매진' 9 15:30 137
2955459 기사/뉴스 CES에 역술인 ‘천공’이 떴다고?…SNS서 사진 확산 4 15:29 641
2955458 이슈 한일로맨스 드라마 <첫입에반하다> 제작발표회 아카소에이지 강혜원 15:29 183
2955457 이슈 일본에서도 불붙은 코스프레 '블랙 페이스' 논쟁 15 15:27 775
2955456 유머 짱구 만화 속 어른들의 나이를 2026년 기준 만 나이로 환산하면? 6 15:27 179
2955455 기사/뉴스 스트레이 키즈, 美 '더 거버너스 볼' 헤드라이너 확정 2 15:26 209
2955454 이슈 흑백 정호영 셰프의 결혼 19주년 기념 인스타 글.....JPG 28 15:25 2,539
2955453 유머 가톨릭과 개신교 차이 6 15:25 574
2955452 이슈 12년전 오늘 발매된, 소유 “한번만” 15:25 25
2955451 이슈 [흑백요리사2] 안성재가 넋을 잃고 바라봤다던 순간 7 15:24 1,107
2955450 이슈 미야자키 하야오가 하이디 전시회에 비치되었던 염소 인형들이 마음에 들어 작업실로 데리고 갔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2 15:23 610
2955449 이슈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업주부들의 사고 구조가 비사회적이고, 비공공적이며, 퇴행적이고, 종속적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26 15:22 1,321
2955448 기사/뉴스 "수학문제 다 풀어야 잠자게 하고…새벽에 깨워 또 풀라 했다" (아동학대내용주의) 2 15:22 729
2955447 이슈 이모가 20대 후반이었을 때, 사람들이 무례하게 "왜 아직 결혼 안 했어요?"라고 묻곤 했는데, 4 15:22 1,393
2955446 기사/뉴스 "뭐야 또 한국인이야?" 한숨 나오겠네···日 드럭스토어서 난동 부린 40대, 현행범 체포 12 15:22 727
2955445 이슈 6년전 오늘 발매된, 베리베리 “Lay Back” 1 15:22 32
2955444 이슈 리디 남주 스타일로 차려입은 셰프 32 15:21 1,820
2955443 이슈 흑백2 임짱 임성근 셰프 인스타그램 10 15:21 884
2955442 이슈 미친 이제 스밍 인증도 믿을 수 없어요 19 15:21 1,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