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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픈 부모 챙기던 22세 아들, 홀로 잠수 일하다 숨져... 사장은 잠적

무명의 더쿠 | 01-10 | 조회 수 6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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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해군특수전전단(UDT)을 꿈꾸며 일찍이 독립해 사회생활을 하던 22세 하청 노동자가 조선소에서 한겨울 홀로 잠수 작업을 하다 익사했다. 그의 이름은 김기범(22). 몸이 편찮은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어린 나이부터 철이 든 의젓한 아들이자 남동생이었다.

 

 

하청 대표는 잠적하고, 원청은 유감 표명은 하면서도 정작 책임은 회피하고 도리어 빈소에서 '염탐'하듯 행동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기범씨의 누나(25)는 "아버지는 신장투석을 하시고, 어머니도 여러 차례 심장 수술을 받으셔서 편찮으시다 보니 독립적인 기범이는 돈을 빨리 벌어서 본인의 살 길을 찾고 '약한 엄마를 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면서 "원·하청 모두 책임 회피만 하고, 도리어 수사기관을 통해 소식을 듣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발생 후 열흘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이유도 듣지 못하고, 책임있는 사과도 받지 못한 유족들은 기범씨을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채 하염없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범씨는 소규모 수중전문 공사업체 '대한마린산업'에 지난해 9월 입사했다. 대한마린산업은 원청 HD현대미포가 잠수 작업 계약을 맺은 4개 업체 중 한 곳으로, 2018년부터 도급을 받았다.

기범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10시 14분 울산 동구 소재 현대미포 조선소 1안벽에서 동료와 함께 1차로 잠수해 1시간가량 선박에 붙은 따개비 등 불순물을 제거했다. 11시 20분 육상에 복귀한 그는 불과 8분 만에 2차 입수를 했다. 앞선 작업 내용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이번에는 단독 입수였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오후 1시쯤에야 기범씨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채 뒤늦게 사내 비상신고를 했다. 소방 당국은 오후 4시쯤 기범씨를 뭍으로 건져 올렸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45조(스쿠버 잠수작업 시 조치)에 따르면, 회사는 잠수작업자 2명을 한 조로 작업하게 하고, 감시인(텐더)을 둬 안전감독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 비상 시 호흡을 할 수 있게 잠수작업자에게 비상기체통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장에는 비상기체통이나 신호줄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사업장 내에서 작업할 경우, 원청도 법에 따라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HD현대미포와 대한마린산업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수사 및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원·하청 모두에게 안전관리 책임이 있지만, 유족은 여전히 어느 쪽으로부터도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사고 직후 기범씨가 속한 대한마린산업 대표는 "병원에 입원했다"며 잠적했다고 한다. 유족과도, 원청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사도 한참을 회피하다 이달 5일에서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의 지인이라는 사람이 빈소를 대신 찾아왔지만, 사과나 설명 없이 "시체검안서를 떼 달라"며 면피 수단을 찾는데만 골몰하는 듯 보였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기범씨의 누나는 "대표는 나타난 적도 없고, 본부장이라는 사람은 '본인은 사표를 써서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며 답답해했다.

사고 사흘이 지난 2일에야 빈소를 찾은 HD현대미포 관계자는 유감 표명과 함께, 장례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도의적 책임도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해 유족에게 또 다시 상처를 남겼다. 이 관계자는 "대한마린 대표가 법적 책임과 조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원청 책임을 회피하는 취지 발언도 했다고 한다.

소속부서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HD현대미포 직원들 여럿이 '장례 지원'을 한다며 빈소를 찾아, 조문객들에게 '어디서 왔냐' '고인과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원청 직원들이 상주하며 '감시'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빈소에서 농담하며 웃는 모습까지 보여 불편했다"고 했다.

HD현대미포는 "(고인의) 소속 기업 대표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유족 측이 안정을 찾고, 장례를 원활하게 치를 수 있도록 직원들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사고 원인 관련해 현재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사내 전 공정에 걸쳐 안전관리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정립해 사고 예방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은 원·하청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원·하청 대표이사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울산해양경찰서에 고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족이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빈소에 계속해 직원들을 보낸 HD현대미포 측을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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