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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여의도의 응원봉과 동덕여대의 래커를 함께 말하기 (위근우 인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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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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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탄핵 시위 최고의 히트 상품이 응원봉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비하되던 케이팝 팬덤 2030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친 순간은, 
그들이 누적해온 문화적 역량이 광장에서 얼마나 강력하게 불타오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어스름이 깔리는 여의도를 환하게 밝히던 응원봉은 
아직 탄핵 가결이 되지 않던 상황에조차 '다만세'를 비롯한 수많은 케이팝 넘버와 함께 알 수 없는 낙관의 분위기를 형성했다.

 

 

 

물론 그들이 이번에 갑자기 광장에 등장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건 
그동안 젊은 여성들이 주도한 수많은 정치적 시위(많은 경우 여성주의를 동반한)에 무관심했다는 반증일 게다. 
이에 대해선 칼럼니스트 복길 님(경향신문),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님(기자협회보)이 이미 좋은 글을 남겨주시기도 했는데, 
당장 나로선 과거 여성들이 혜화역에 모였던 '불편한 용기' 시위를 일베 수준이라 폄훼했던 김어준이 
이제 와서 앞으로 10년 뒤엔 여성들이 한국 정치판을 이끌 거라 극찬하는 게 같잖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여성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단독으로 광장을 점유했을 땐 폭도 취급하다가 
자기네 나와바리(물론 실제로 그렇단 게 아니라 진보저씨들이 그렇게 여긴단 얘기)에 모일 때만 
정치적 주체로 인정해주는 기준이란 뭘까.

 

 


같은 이유로 나는 진보 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응원봉 찬가가 이젠 슬슬 불편해진다. 
앞서 말했듯 응원봉과 케이팝 팬덤엔 이미 2030(부터 그 이전 세대까지) 여성들이 세상과 불화하고 맞선 맥락이 있지만, 
이 응원봉 찬가에선 바로 그 불화의 맥락을 제거하고 딱 안전한 범위의 흥미로운 문화 현상 정도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체제 안에 통합하려는 기득권의 간교한 지혜가 보인다.

 

 

 

그래서 지금 응원봉만큼 다시 소환해 이야기해야 할 건 동덕여대 시위에 사용된 래커다. 
응원봉 찬가와 달리 그동안 경향과 한겨레, 여성신문 정도를 제외하면 동덕여대 시위에 사용된 래커에 대한 언론들의 헤드카피는 
너나 할 거 없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부정적이고 비하적이다. 
심지어 현재 대표 진보 리버럴 팟캐 유튜브인 <매불쇼>에선 최근 이선옥을 불러 
동덕여대 래커 시위와 페미니즘을 묶어 비난한 바 있다. 
물론 락카 시위를 비난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게다. 
'응원봉은 평화적이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데요?' 
누가 들으면 학생들이 래커를 누구 눈에 다이렉트로 뿌린 줄 알겠지만, 
래커가 응원봉보단 좀 더 폭력적인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시위에서, 세상에 대한 불화에서, 기득권와의 싸움에서, 폭력을 온전히 제거하는 게 가능한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로베스피에르에 대한 글에서 1793년 없는 1789년, 
즉 자코뱅의 공포정치 없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옹호와 그리움은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에 대한 선호, 
즉 혁명의 본질을 제거한 혁명의 기분만 즐기려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폭력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폭력과 공포가 제거된 변혁이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나는 시위 도구로 래커가 옳다 그르다는 식의 얘길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모두가 그 얘길 하고 있기도 하지만 나는 질문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자신들이 처한 부당함과 비통함을 세상에 온전히 고발하기에 래커보다 좋은 도구가 있는가? 
모두가 래커가 얼마나 지우기 어려운지, 그걸 지우는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만 얘기하지만, 
지우기 어려운 이 흔적이야말로 학생들이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한 가장 정확한 기록물 아닌가.

 

 


앞서 인용한 지젝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래커 없는 응원봉에 대한 선호란, 
1793년 없는 1789년에 대한 선호 같은 것이다. 
오해를 피하자면 나는 응원봉이 투쟁적이지 않다고 별 거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여의도 응원봉의 역능을 이해하기 위해선 동덕여대 래커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여성들이 여의도에 모여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 건 갑자기 등장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동안 그들이 정치적 주체로서 세상과 맞서온 싸움의 연장선, 그 경험의 누적이다. 
이 싸움들은 이번 여의도에서처럼 항상 응원받아오진 못했다. 
현재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측에 맞서는 싸움이 그러하듯. 
여의도의 응원봉만을 말하는 이들을, 응원봉으로부터 래커를 분리하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의심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2030 여성들을 정치적 주체로 섬기는 척하며, 그 주체성을 제거하려는 목소리를.


 

 

www.instagram.com/p/DDrwvjcT55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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