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이재명 생각보다 필력 뛰어나다고 느꼈던 글.txt
7,927 43
2024.12.15 23:43
7,927 43

언변이 워낙 좋긴한데 글도 진짜 잘씀 오히려 말할때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라 더 좋음

아래 글은 뭔가 문학 읽는것 같아서 가져와봄

 

 

lfmaLh

 


싱싱한 푸른 잎을 달고, 노란색을 뽐내는 개나리.

 

내게는 그 개나리에 대한 색다른 추억이 있다.

 

산밭 일궈 감자 심어먹는 빈한한 삶속에서도, 참꽃(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진달래를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따먹으며 놀던 경북 안동 산골짜기를 떠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1976년 봄에 성남으로 이사 왔다.

 

남들이 다 가는 학교 대신 도시락 싸들고 공장 다니던 길가와 공장 담벼락엔 유난히 개나리가 많았지만 어느 순간 그 개나리들은 갑자기 내 인식에서 사라져 버렸다.

 

먹을 수 있는 참꽃과 달리 개자가 붙은 나리는 맛을 보니 너무 써서 먹을 수가 없었다.

지천으로 널린 개나리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 본 후부터 개나리는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비주류성과 소외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서 개나리에 대한 기억도 그만큼 사라져 갔다.

 

그러던 개나리가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

2004. 3.월 말이었다.

 

2003. 여름부터 가을 겨울을 지나 2004년 봄까지 나는 응급의료센타 없이 방치된 성남 본시가지에 시립병원을 설립하려고 혼신을 다했다.

 

10만명의 시민 서명에 이어 18,595명이 주민등록번호 대조하고 지장 찍어가며 만든 시립병원 설립조례. 그 조례가 2004. 3. 25. 성남시의회에서 단 47초만에

날치기로 쓰레기통에 쳐 박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다.

 

시의원들이 모두 도망간 본회의장에서, 나는 방청객들과 뒤섞여 시립병원 설립운동 대표, 변호사란 직함조차 잊어버린 채 ‘xxx’라는 욕설을 하며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이를 본 시의회와 성남시는 ‘얼씨구나, 잘 걸렸다’를 외치며 즉각 특수공무집행 방해라는 어머어마한 죄명을 걸어 우리를 고발했다.

 

 

평소 무슨 운동인지를 한답시고 괴롭히는(?) 나를 눈엣가시처럼 알고 있던 경찰과 검찰은 ‘이게 웬 떡이냐’며 즉각 체포를 결정했다. 체포 = 구속. 뻔한 일이었다.

 

노동운동, 시민운동, 인권운동 무슨 그런 운동을 한답시고 십수년을 쫓아 다니다가 백궁정자용도변경(파크뷰특혜분양) 폭로사건으로 구속된 지 2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또 구속될 수는 없었다.

 

1도 2부 3빽 이라는 말을 아시는지?

일이 생기면 일단 도망하고, 다음에는 부인을 하며 마지막으로는 빽을 써야 된다는 이야기

 

변호사 신분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일단 이해학 목사님의 배려로 주민교회로 피신했다.

 

1평도 안되는 기도실과 교회 지하의 작업실을 오가던 어느날 오후 조금의 여유가 생겨 교회 옥상에서 세상을 내다봤다.

 

그런데, 그곳에 20-30년 전부터 잊어버렸던 개나리를 다시 발견했다.

 

흐드러지게 핀 노오란 개나리들이 시청 담벼락을 따라 무수히 피어 있었다.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사라졌던 개나리.

 

따스한 봄날 오후 햇살을 등에 맞으며 서 있는 내 바로 몇미터 앞에 갑자기 나타난 개나리.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청 담벼락을 온통 휘감고 노란 빛을 내뿜는 개나리.

그러나 수배자의 신분 때문에 만져볼 수 조차 없는 개나리.

 

그 개나리가 수십년의 망각을 제치고 내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세상이 온통 노란빛으로 변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희뿌옇게 세상이 바뀌더니 그 자리에, 기름때가 꼬질꼬질한 누런 작업복을 입고 냉장고 공장마당 햇볕 잘 드는 곳에 앉아 차게 식은 도시락을 까먹는,

아토피로 양 볼이 빨갛게 충혈된 15살 소년이 보였다.

 

빨랫줄 그림자가 나를 지나 한참을 지나가도록, 흐르는 눈물 속에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끼던중 내 입에서 다시 ‘xxx'들이라는 욕설이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여전히 노란 색을 한껏 뿜어내고 있는 개나리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피곤함을 넘어 투지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들을 내 몰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이 밀려 왔다.

 

며칠동안 더 교회에 기거하며 생각을 정리한 끝에 경찰에 자진출두했고,

그 때쯤 나는 시장출마를 결심했다.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사라졌다 수십년만에 다시 시청 담벼락에 나타나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끈 개나리.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개나리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앞으로 언제 다시 개나리를 기억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내게 있어 개나리는 여전히 빛바랜 슬픔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개나리에 대한 내 기억이 환희와 밝음으로 바뀌는 날이 있기는 바라며.

 

 

 

원문 : https://m.blog.naver.com/snhope/23049339

이재명 블로그

목록 스크랩 (6)
댓글 4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26 01.08 21,81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14,71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95,75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5,26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99,90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9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2,65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2,6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7586 이슈 술취한 정해인 12:52 29
2957585 기사/뉴스 ‘유퀴즈’ 노리는 허경환, 박명수 대신 유재석 라인 탔다 “성공 위해 숨긴다고” 12:52 87
2957584 이슈 골든디스크어워즈 참석 출국하는 블랙핑크 제니 1 12:51 127
2957583 이슈 [해외축구] 이번주 분데스리가 할 때 예상 기온 12:51 97
2957582 정치 이란에서 대형 시위 발생 4 12:50 258
2957581 이슈 미야오 수인 보테가베네타 아레나코리아 2월호 커버 12:48 192
2957580 이슈 아이가 지폐를 내밀자 바이올린연주자가 한 행동 10 12:47 818
2957579 기사/뉴스 ‘경도를 기다리며’ 박서준의 새 얼굴 1 12:46 317
2957578 이슈 @: 와나이렇게예쁜중딩졸업사진처음봄 6 12:45 967
2957577 기사/뉴스 아이오아이·워너원 전격 귀환…서바이벌 IP '봉인 해제', 왜? [스타in 포커스] 12 12:44 572
2957576 이슈 일론 머스크가 주기적으로 하는 헛소리타임이 다시 왔다 3 12:41 775
2957575 기사/뉴스 아일릿, 항공권 정보 유출 피해…"멤버들에 위협도, 엄중한 책임 물을 것"[전문] 11 12:40 854
2957574 유머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취업문 1 12:38 948
2957573 정치 송언석, 8~11일 외통위 차원 일본 방문…다카이치 총리 예방 12 12:38 267
2957572 정치 李대통령, 13일부터 1박 2일 방일…‘다카이치 고향’ 나라현서 한일 정상회담 7 12:36 256
2957571 기사/뉴스 전현무 “이제 아무도 없다‥내 결혼식이었으면” 럭키 결혼식서 부러움 폭발(사랑꾼) 12:36 735
2957570 이슈 에픽하이 'Love Love Love (Feat. 융진)' 멜론 일간 95위 (🔺5 ) 17 12:35 635
2957569 기사/뉴스 [단독] 조세호 '폭로자', 직접 입 열었다... "기회를 줬는데도" 41 12:34 2,847
2957568 이슈 한로로 '사랑하게 될 거야' 멜론 일간 4위 (🔺1 ) 12:34 195
2957567 유머 사람에게 사기 당한 개 8 12:33 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