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는 관객 865만 명을 모으며 깜짝 흥행을 했다. 70대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꿈 많은 20대로 젊어진다는 설정은 판타지이긴 했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비슷한 정서를 지닌 아시아로 번져나갔다.
먼저 2015년에 중국과 대만에서 한중 합작영화 ‘20세여 다시 한번’으로 리메이크의 서막을 열었으며, 같은 해 베트남에서 ‘내가 니 할매다’, 2016년에 일본에서 ‘수상한 그녀’, 태국에서 ‘다시 또 스물’, 2017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스위트 20’, 2018년에 필리핀에서 ‘미스 그래니(Miss Granny)’로 제작돼 무려 아시아 8개국에서 리메이크됐다.
이들 나라 중 중국에서는 3억65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한중 합작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으며 베트남에서는 역대 베트남 로컬 영화 3위, 인도네시아에서는 2017년 인도네시아 개봉 영화 TOP 5에 오르는 등 ‘수상한 그녀’ 리메이크 버전은 몇 년간 아시아를 휩쓸었다. 이후 아시아를 벗어나 터키와 멕시코, 미국에서 기획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뮤지컬 제작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물론 이 리메이크 버전은 원작 ‘수상한 그녀’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각색해 제작됐다. 예를 들어 원작에 나타나는 고부 갈등이나 남아선호 사상은 리메이크 버전에서 사라졌다. 이후 ‘수상한 그녀’는 하나로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생산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재미있는 것은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이가 바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라는 점이다. 만국 공동 정서인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수상한 그녀’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고 ‘오징어 게임’의 세계화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수상한 그녀’는 다시 한번 ‘멀티 유즈’로 사용된다. 드라마로 제작돼 다음 달 KBS2에서 첫 방송되는 것이다. 드라마 ‘수상한 그녀’도 할머니 오말순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로 변하게 된 뒤 다시 한번 빛나는 전성기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원작보다 확장된 다양한 캐릭터와 곁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에서는 오두리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우연히 가수가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K-팝의 변화된 위상에 맞게 오두리가 아이돌 연습생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여기에 영화에서 나문희가 연기한 오말순을 김해숙이, 심은경이 연기한 오두리를 정지소가 맡아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개봉 이후 10년 만에 제작되는 드라마 ‘수상한 그녀’가 요즘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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