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완아, 송죽헌으로 와라."
느닷없는 호출이었다.
그러고 보니 2주 전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동시에 복용하고
전화로 헛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곡주 한 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해철형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에 내장을 건드리는 수술을 해서 형이 겨우 술 한잔에 취하곤 한다.
거두절미하고 형이랑 앨범 하나 만들자."
이게 무슨 소린가. 살아있는 전설이 내게 앨범을 만들자 하다니...
"형은 앞으로 음악 할 생각도 없고 죽기 전에 너한테 앨범 하나 만들어 주고 싶어서..."
"형이 곡 주시게요?"
"아니 곡은 네가 만들어야지. 내 작업실에 와서 하고, 완성 시킬 때까지 내가 봐줄게."
황당할 만큼 영광스런 제안이었지만 음악적 재능이 전무한 나에게 전설의 공동작업 권유란
그만큼 부담스런 제안이었다. 모차르트에게 바이엘을 배우는 느낌이랄까...
"근데 형 저 곧 캐나다로 좀 쉬러 가요. 정신도 말이 아닌 것 같고 몸도 힘들고...
서울에 있으면 금방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아서..."
"그래 임마. 그래서 연락한 것도 있어. 나 가까웠던 애들 둘이나 허무하게 떠났다.
너 그딴 식으로 사람 놀라게 할 거면 연락하지 마. 암튼 내 제안은 여기까지고 생각있으면 연락해.
연락 없으면 안 한다는 걸로 알 테니까. 그리고 이거 다 마셔라. 언능."
그게...
그게 사석에서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허망하고 급작스럽게 떠날 줄은 몰랐다.
그게 해철형의 마지막 선물이었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신화 김동완 포토에세이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