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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 코미디는 왜 이리 망가졌나..."약자를 웃음거리 만드는 걸 패러디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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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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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당당함 대신 고통 따라 해



'SNL코리아'는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부적절한 따라하기로 최근 거듭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9일 공개된 'SNL코리아' 콩트 '국정감사'의 한 장면. 흐느끼던 한국인 배우 지예은은 일부러 말을 어눌하게 더듬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회사 복도에서 직원분을 만나서 인사를 했는데 옆 팀 상사님이 '야, 그냥 무시해'라고 하셨습니다. 저가 너무 슬펐습니다."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최근 국감에 출석해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증언을 하다 감정에 복받쳐 서툰 한국말로 울먹인 모습을 개그 소재로 쓴 것이다.

하니는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다. 미국의 백인 배우가 아시아계 이민자가 서툰 영어로 자신이 당한 피해를 호소하는 모습을 미국판 'SNL'에서 따라 했다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쇄도했을 것이다. 인권감수성이 개선된 덕에 국내 여론도 발칵 뒤집혔다. "하니의 말투를 따라 한 건 인종차별"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니가 국감장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소신 발언을 한 것을 소재로 삼았다면 몰라도, 서툰 말투만 따라 한 건 조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약자를 단순 모방하는 것은 패러디가 아니라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SNL코리아'의 하니 콩트는 '패러디'를 '흉내'라고 생각하는 K코미디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짚었다. 이지행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도 "대중이 권력의 주체를 막연하게 숭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다른 위치에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게 하는 게 패러디의 사회적 효과"라며 "하니를 소재로 한 'SNL코리아'의 콩트는 어떤 사회적 효과도, 카타르시스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한 흉내 내기이며 그래서 문제적"이라고 봤다.



드라마 미성년 여성 주인공을 '젖년이'로 칭하기까지



하니 콩트로 물의를 빚은 지 일주일 만인 26일 'SNL코리아'는 1950년대 10대 소녀들이 여성국극 배우로 꿈을 키우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 '정년이'를 따라 하며 난데없이 '젖년이' 캐릭터를 등장시켜 여론을 다시 들끓게 했다. 미성년 여성을 성적 패러디 대상으로 활용한 것이다.

'패러디란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SNL코리아'의 고질적인 문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인터넷 방송인 '과즙세연'(본명 인세연)이 미국에서 동행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된 상황을 지난 8월 소재로 다뤘을 땐 과즙세연의 직업과 활동명은 노출하고 방 의장의 이름과 직업은 물음표로 지웠다. 패러디를 하면서 정작 권력자(방 의장)의 정보는 드러내지 않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해외에선 K예능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구독자가 1,000만 명대인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쯔양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을 흉내 내는 코미디언과 함께 찍은 먹방 영상을 지난 2월 올렸다가 "노골적인 인종차별"이란 필리핀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영상을 내렸다.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콘텐츠 인권 감수성 검증 시스템 부재로 이런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라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제어할 수 있는 제작진 인권 교육과 유통 플랫폼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무분별한 '약자 모방'이 K예능에서 잇따르는 건 제작진이 온라인 화젯거리인 밈(meme)에 편승하려 함부로 패러디를 하는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예능 제작진이 '밈'만 쫒는 데 급급해 시각적 이미지에 집착하고 화제에 숟가락만 얹는 식의 의미 없는 '가짜 패러디'를 하다 보니 코미디란 이름으로 가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SNL코리아'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다룬 콩트에서 그의 자세와 표정 등 외형 묘사에만 치중해 '외모 비하 논란'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30638?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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