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기조 속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가 늘면서 ‘키즈 명품 시장’이 호황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딸에게 고가의 명품을 선물하는 것을 두고 의견 충돌이 일어난 부부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 아이에게 400만원 넘는 백팩을 사주는 것이 사랑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아내라고 밝힌 글쓴이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명품 브랜드 D사의 가방을 선물한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부부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아내는 어린이에게 사치품을 선물하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아, 가방을 되팔거나 다른 가족에게 주도록 설득했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남편은 아이가 비싼 물건을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미리 경제 공부를 시키는 측면이라고 봤다. 남편은 “돈 맛을 알아야 돈을 버는 사람으로 큰다. 나중에 남편이든 시부모든 ‘재력’을 기준으로 고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내는 “어린아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는 것이 어떻게 사랑이고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거냐”고 하소연했고, 남편은 “아이가 가난을 철학이나 청빈함 따위로 포장해 빈곤하게 살게 하고 싶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의 의견도 분분했다. “400만원이 4만원 정도인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부자라면 문제없다” “경제 공부를 원한다면 차라리 주식을 공부하게 해라”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오히려 독이다” “경제관념이 아니라 낭비벽을 심어주는 것” “아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연 아이를 위한 것인가” 등의 의견을 냈다.
이처럼 한국의 ‘키즈 명품 사랑’은 외신에서도 주목할 만큼 특별한 현상이다. 앞서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즈(FT)는 ‘몽클레어 패딩이 교복이 됐다’는 기사를 통해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가진 한국의 ‘키즈 명품시장 붐’을 조명했다.
대부분 자녀를 한 명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자녀에게 고가의 물건을 사주는 행태가 늘고, 이에 따라 명품을 경험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현상은 매우 중요한 아이를 의미하는 ‘VIB(Very Important Baby)’ 마케팅으로 이어져 키즈 명품시장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펜디’ ‘지방시’ ‘디올’ 등 명품 브랜드가 선보인 키즈 상품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키즈 명품 매출은 2022년 대비 롯데백화점 10%, 현대백화점 27%, 신세계백화점 15%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해 대가족의 관심이 한 아이에게 집중되면서 아이에게 많은 돈을 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62/0000054593?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