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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공직도 대기업도 때려치운다… ‘최후의 자격증’ 따러 로스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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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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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공동입학설명회에 인파가 몰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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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사무관 중 10%는 로스쿨 준비하는 것 같아요. 올 연말에도 수십 명 로스쿨 붙었다고 나갈걸요?”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중앙 부처 과장 A씨가 전한 관가 풍경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부처마다 로스쿨 가는 이들이 한둘씩 있었지만, 쉬쉬하다 합격한 뒤에야 공개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20~30대 직원들이 대놓고 로스쿨 스터디를 하고 시험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행정고시·외무고시 등 5급, 살인적 경쟁률의 7급 공채를 뚫고 들어온 이들이 로스쿨 입시에 전념하려 미련 없이 사표를 내기도 한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law school·법학 전문 대학원) 15년, 그 인기가 다시 불붙고 있다. 인문·사회 계열 학부생은 물론, 안정적 엘리트 직장의 대명사였던 공직과 대기업에 안착한 젊은 직장인도 로스쿨로 눈을 돌린다.

의대 입시 광풍이 미성년자들의 고소득 전문직 도전 리그라면, 다음엔 로스쿨 입시라는 성인 리그가 활짝 열린다.



공무원·전공의·반수생까지 몰려

올 초 ‘1등 부처’ 기획재정부 5급 사무관 3명이 나란히 로스쿨에 붙어 사표를 냈다. ‘갑 오브 갑’ 금융위원회의 사무관과 주무관도 로스쿨 진학을 위해 퇴직했다. 앞서 주요 국에 파견된 외시 출신 신입 외교관도 같은 이유로 나갔다.

“이런 부처마저 미래가 없다는 거냐”며 파장이 컸지만, 퇴직자들에겐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한 거냐”는 동료들 전화가 수십통씩 빗발쳤다고 한다.


중앙 부처는 물론 지방직·법조 공무원들, 삼성 등 굴지의 대기업과 공기업 직원들, 교권 추락에 염증을 느낀 초·중·고 교사들도 로스쿨 대열에 합류한다. “고시·대기업 붙을 머리면 변호사 시험 안 떨어진다. 3년(로스쿨 재학)만 투자하자”면서.

경찰대는 ‘로스쿨 사관학교’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업무가 폭증하고 승진이 지연되자 이탈 바람이 거세져, 올해 경찰대 출신 중 92명이 로스쿨로 가는 신기록을 세웠다. 상당수가 의무 복무 6년을 못 채워 국비 지원액을 토해냈다고 한다.

의대 증원 갈등으로 휴직한 전공의들이 의료 소송과 병원·보험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로스쿨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올해 LEET에 응시한 의학 계열 출신은 156명으로 지난해보다 44% 급증했다.



“조직? 믿을 건 라이선스뿐”

2017년 사법고시가 완전히 폐지돼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양성 기관이 됐다. 법조는 문과의 전통적 엘리트 코스였지만 소위 ‘전문직 고임’ 현상에 따라 변호사 자격증 수요는 더 높아졌다.

일반 기업에선 장기 불황과 수시 구조 조정으로 정년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공계 선호로 상경대 등 문과생이 설 자리도 좁아졌다. MZ 직장인들은 “일류대 나와 삼성 가느니, 지방대 로스쿨 나와 평생 자격증 들고 사는 게 백배 나은 투자”라고 말한다.



로스쿨은 ‘변시 학원’으로 전락

정작 로스쿨 내부는 곪고 있다. 사법시험이 못 한 ‘깊이 있고 다양한 법학 교육’을 하겠다던 로스쿨이 “변시 학원으로 전락했다”(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것이다.

법철학·법사회학·법사학 등 변시에 안 나오는 기초 법학 과목은 고사했다. 교수에게 로스쿨 학생들이 “폐강 안 되게 5명을 모아 올 테니 4주만 수업하고 나머지는 변시 공부하게 내버려두라”고 제안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법학 논문과 박사 학위 취득자도 급감했다. 지난달 3부 요인이 참석한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년 학술 대회에선 로스쿨 15년을 두고 “필설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 “130년 법학 교육에서 잃어버린 15년” “판례만 암기하는 저사양 법률 로봇 양산” 같은 성토가 쏟아졌다.



로스쿨은 여전한 학벌과 중앙 집중 사회를 보여준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 합격자 중 ‘SKY(서울·고려·연세) 대학’ 출신이 과반이다. 또 2012년 이래 대형 로펌 입사자와 판검사 임용자 3명 중 2명이 SKY 로스쿨 졸업생, 특히 35%가 서울대 로스쿨 출신으로 조사됐다.

정성 평가 위주였던 로스쿨 입시가 갈수록 ‘학토릿(학점·토익·리트)’에 치중하고, 대형 로펌의 변호사 선발 때 학벌과 집안을 고려하는 풍조가 강해지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https://naver.me/GhbaeA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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