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거야
어쩌면 좋지
윤보영, 어쩌면 좋지
하도 오래 살았더니 울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러니 누가 나를 좀 안아 다오.
그 가슴을 가리개 삼아 남의 눈물을 숨기고
죽은 듯이 좀 울어 보게.
노혜경, 슬퍼할 권리 中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빛의 고비에서
나를 눈뜨게 하는 당신의 새벽노래를
최초의 목격자가 되어 표절할래
정끝별, 불멸의 표절 中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뭐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황인찬, 겨울메모 中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박연준, 예감 中
이 정도까지 사랑하는 것은 병이다.
그리고 나는 앓는 게 좋다.
조르주 바타유, 불가능 中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내 몸 전체에 박혔어.
그리고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일거야, 아마.
김혜순, 겨울 나무 中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박희준, 하늘냄새
누구를 좋아한다는 건 몹시 귀찮은 일이지
공연한 참견쟁이가 되고
남의 인생 때문에 속상해하곤 하지
그러면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야
위기철, 아홉살 인생 中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김남조, 편지 中
너는 내게 남아있는
단 하나의 출구야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中
밤이 자욱해. 모든 별은 손을 잡고 은하수로 흘러와.
커튼이 하늘거리니, 별을 기다리니.
아니면 혹시, 나를 기다리는 거야?
너만을 위한 양치기가 될게. 아니, 별치기가 될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들을 너에게 데려오리다.
새벽이 아직 춥다. 겉옷을 걸치고, 실눈을 크게 뜨고 창문을 열어봐.
보여?
자, 선물이야. 쏟아지는 별, 별을 위장한 나의 사랑이야.
서덕준, 별치기 소년
여전히 당신은 아름답다
나는 부끄럽고 슬퍼진다
성동혁, 창백한 화전민 中
내 삶보다 더 많이 널 사랑한 적은 없지만
너보다 더 많이 삶을 사랑한 적도 없다.
아아, 찰나의 시간 속에
무한을 심을 줄 아는 너.
수시로 내 삶을 흔드는
설렁줄 같은 너는, 너는
최옥, 너의 의미 中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김남조, 너를 위하여 中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건가
류근, 사랑이 내게 다시 말을 거네 中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사진출처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