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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프로야구 ‘시구’가 뭐길래…경기보다 더 초미의 관심사였던 ‘카리나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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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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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9일 부산 사직야구장. 한창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1차전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야구 팬들의 관심은 하나로 쏠렸다. '과연 카리나가 2차전 시구를 할 수 있을까?'

 

6월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SSG 랜더스 대 롯데 자이언츠 더블헤더 2차전 경기를 앞두고 시구하는 에스파의 카리나 ⓒ뉴시스

 

사연은 이랬다. 걸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는 6월9일 부산 경기 시구가 예정돼 있었다. 카리나는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한 맥주 '크러시' 광고 모델로, 광고 계약서에 사직야구장 시구도 옵션으로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전날(8일) 경기가 비로 순연되는 바람에 9일 경기가 더블헤더로 바뀌면서 시간이 꼬였다. 카리나는 오후 5시 시구 이후 곧바로 대구 팬 사인회(오후 8시)에 가야 했기 때문. 9일 오후 2시에 시작한 더블헤더 1차전 탓에 카리나의 2차전 시구 시간은 뒤로 밀렸다. 더블헤더 2차전은 1차전이 끝나고 40분 후에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카리나는 오후 5시50분쯤 시구를 마쳤다. 1차전이 조금 더 늦게 끝났더라면 그냥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카리나는 생애 첫 시구였는데도 공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어 팬들의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시구자, 별도 사례 없이 유니폼만 받아

비슷한 시각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전이 열린 잠실야구장에서는 배현진 송파을 국회의원이 시구를 했다. MBC 아나운서 시절이던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시구였는데 3루석 KIA 팬들을 중심으로 '우~' 하는 야유가 나왔다. 카리나 시구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이날 카리나와 배현진 의원의 시구에서 보듯 경기 시구자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단체장들의 시구는 대체로 야구 팬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들의 정치적 행보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야구단 입장에서는 지자체와의 관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시구자 섭외는 구단별로,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등 서울 연고 구단들은 비교적 쉽게 시구자를 섭외할 수 있다. 이동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구자는 행사비 없이 유니폼 정도만 구단으로부터 받기 때문에 단 1분의 노출을 위해 지방으로 가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유니폼 외에 30만~50만원 정도의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기도 한다. 비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시구 여부 문의를 하면 500만원의 행사비를 요구하는 연예인도 있다"고 했다.

아이돌이나 연예인 소속사들은 음반이 나오거나 드라마, 영화를 홍보할 일이 있을 경우 구단 쪽에 먼저 시구를 의뢰한다. LG 구단의 경우 정규리그 시구자 섭외 기준이 있는데 '현재 이슈가 되거나 화제가 되는 인물' '타 구단에서 시구를 하지 않았던 인물(최소 8~10년 사이)' 'LG 팬으로 알려진 셀럽' '과거에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이슈가 있었던 사람은 제외'라고 한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등이 LG 경기 시구를 했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사나는 시구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일본에서 LG 치어리더가 되고 싶다며 구단에 문의가 온 적도 있다고 한다.

'잠실 맞수'답게 두산 또한 여러 셀럽이 시구를 했다. 제일 유명한 이가 배우 홍수아다. 홍수아는 다이내믹한 시구로 '홍드로'(메이저리그 페드로 마르티네스에 빗댄 별명)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두산은 한때 포스트시즌 시구자로 여성 연예인들을 선호하기도 했다. 시구했을 때 승률이 80%가 넘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징크스였다. 키움의 경우는 관중 서비스 차원에서 모든 홈경기(72경기)에 시구자를 두려고 한다.

수도권 구단들과 비교해 비수도권 구단들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시구를 위해 반나절 정도 스케줄을 비워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읍소에 가깝게 시구를 부탁하는 경우가 꽤 있다. 보통은 방송 등을 통해 해당 구단 팬이라고 밝힌 연예인들이 최우선 섭외자가 된다.

보이 그룹 세븐틴의 리더 에스쿱스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구 출신인 에스쿱스는 한 방송에서 "삼성 라이온즈 팬"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삼성 구단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소속사(플레디스)에 지속적으로 연락했는데 빡빡한 세븐틴의 스케줄 탓에 시구 날짜가 잡히지 않고 있다. 에스쿱스 외에도 내야수 이재현과 이름이 같은 더보이즈 이재현의 시구를 성사시키기 위해 소속사와 계속 접촉 중이다.

삼성의 경우 레드벨벳의 아이린 시구가 예정돼 있다가 취소된 적이 있다. 2018년 4월1일에 시구할 예정이었는데 시구를 앞두고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남북한 화해 모드 속에 레드벨벳이 평양에서 합동공연을 하게 되면서 아이린의 시구를 빼달라고 요청한 것. 레드벨벳을 대신할 시구 후보자를 추려서 달라고 했고, 결국 당시 인기가 올라가던 모델 한현민이 대신 시구를 하게 됐다. 한현민은 한화 이글스 팬이지만 그의 할머니가 삼성 팬이었다.

조인성, 박보영, 차태현 등 수많은 연예인 팬을 보유한 한화도 거리(대전) 때문에 시구자 섭외가 쉽지 않다. 물밑 접촉을 통해 알음알음 시구자를 찾는다. 한 번 시구했던 시구자를 다시 부르는 경우도 꽤 있다. 러블리즈 출신 방송인 미주의 경우 2017년부터 지금껏 5차례나 시구를 했다. 4승1패로 전적도 꽤 좋다. 축구를 좋아하는 가수 김종국은 류현진과의 친분으로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한화 관계자는 "특정 연예인이 'ㅇㅇ 팬이고 시구하고 싶다'고 방송 등에서 말해도 정작 시구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구단에서 노력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들이 내려오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KIA는 비수도권 구단이면서도 연예인 시구가 종종 있다. KIA 관계자는 "광주 쪽에 연고가 있는 연예인의 소속사에서 문의가 온다. 올해는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작년에 비해 시구 문의가 늘어났다"고 했다. 지난 5월에는 배우 신정윤이 시구했는데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모태 타이거즈 팬"이라고 한다.

선정적 의상 등 역효과에 자제 분위기도

과거에는 시구할 때 여성 연예인이 너무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 입길에 오르기도 했으나 역효과 등이 나면서 최근에는 많이 자제되는 분위기다. 더불어 구단들도 연예인 시구와는 별도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나 오래도록 구단에 애정을 보인 팬들 혹은 어린이들에게 시구 기회를 더 많이 주려 하고 있다.

역대 시구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시구자로는 2001년 잠실 개막전(두산-해태전)에서 첫 공을 던진 애덤 킹(당시 9세·한국명 오인호)이 꼽힌다. 킹군은 선천적으로 뼈가 굳어지며 다리가 썩어 들어가는 희소병을 앓고 있었는데 4세 때 미국 가정으로 입양된 소년이었다. 그는 티타늄 두 다리와 목발을 하고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졌다. 킹군이 당시 했던 말은 "내가 던지는 공에 꿈과 희망을 실어 한국의 친구들에게 선사하겠다"였다. 그의 시구에 프로야구의 진짜 가치가 담겨있는 것 같지 않은가.

https://v.daum.net/v/2024061509020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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