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0일 법정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좁은 골목길을 두고 "평상시에 그렇게 사람 통행이 많은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장소가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올라가는 주요 길목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파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무리한 주장을 편 것이다.
박 구청장은 '사고 장소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와 30미터만 직진하면 나오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 통로라는 사실을 인지했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오히려 사고가 나지 않은, 해밀턴 호텔 오른쪽 길('만남의 광장' 길)이 훨씬 많이 이용하는 길"이라며 "사고가 난 길(해밀턴 호텔 왼쪽 길)은 '만남의 광장' 길보다는 좁고, 많이 이용하는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그러면서 "(참사가 난) 그 길 자체가 평상시에, 또 주말에 굉장히 통행이 많은 길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그 길에서 그런 대규모의 사고가 날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파로 인한 참사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 구청장과 함께 피고인 신문을 받은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역시 비슷한 논리를 폈다. 최 전 과장은 '이태원 일대가 매년 10월말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가장 발달한 핫플레이스이자 성지인 게 맞나'라는 검찰 측 질문에 "핼러윈 축제가 과거 이태원에서 시작한 건 맞지만, 최근에는 이태원이나 강남·신촌·이대 등 거의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굳이 이태원을 (핼러윈 축제의 장소로) 특정하는 건 요즘 추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 인파가 줄어든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박희영 구청장은 참사 당일(2022년 10월 29일) 부하 직원들이 인파 밀집으로 인해 이동이 어렵다는 내용의 순찰 기록을 남긴 데 대해선 "나중에 사고가 나고 나서 확인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직원들이 시간대에 따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봤지만, 교행이 가능하다고 본 직원도 있고, 어렵다고 본 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김성욱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36238?cds=news_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