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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처녀…"불구 만들었으니 결혼해라" 검사는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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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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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처녀…"불구 만들었으니 결혼해라" 검사는 조롱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냐."

2023년 5월 31일, 일흔일곱살의 할머니가 대법원 앞 1인 시위에 나섰다.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이는 바로 '중상해 가해자가 된 성폭력 피해자' 최말자 씨(78).

 

일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18세에 갇혀 한(恨)을 풀지 못한 할머니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최 씨가 시위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그날은 1964년 5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제 키스 시도해 혀 1.5㎝ 잘린 남성 "날 병신 만들었다"

 

사건은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경남 김해시의 한 마을에서 벌어졌다.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을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집 앞을 서성이던 노 모 씨(당시 21)를 마주쳤다.

 

노 씨가 "길을 알려달라"며 친구들을 쫓아오자, 최 씨는 친구들이 편히 집에 갈 수 있도록 노 씨를 큰길로 유인했다. 이어 최 씨는 친구들에게 길을 알려준 뒤 돌아섰고, 이때 뒤에서 노 씨가 최 씨의 양쪽 어깨를 잡고 다리를 걷어찼다.

 

사정없이 바닥에 넘어진 최 씨가 머리를 찧어 순간 정신을 잃자, 노 씨는 그 위에 올라타 키스를 시도했다. 겨우 정신 차린 최 씨는 입에 들어있던 노 씨의 혀를 뱉은 뒤 집으로 도망쳤다. 이때 노 씨의 혀 1.5㎝가 잘렸다.

 

며칠 뒤 노 씨는 친구 10여명을 대동해 최 씨의 집을 찾아왔고 마구간에 있는 소를 끌고 나가거나 부엌에 있는 식칼을 들고나와서 마루를 두드리는 등 난동을 부렸다. 노 씨는 "날 병신 만들었다" "사람을 불구로 만들었으니 책임져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 씨 가족들은 노 씨를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노 씨 가족은 최 씨 측에게 "혀가 끊긴 것도 인연이니 벙어리가 된 아들과 결혼하자"고 터무니없는 제안을 했다. 또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돈을 달라'며 위자료 20만원을 요구했다. 최 씨 가족이 이를 거절하자, 노 씨는 최 씨를 중상해죄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최 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노 씨에 대해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발생 넉 달 만에 최 씨가 이 사건의 '가해자'라며 수갑을 채웠고 강압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처녀…"불구 만들었으니 결혼해라" 검사는 조롱

 

◇"결혼하면 해결돼" 수갑 채운 검찰…피해자-가해자 뒤바뀌었다

 

검찰은 "고의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며 오히려 최 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게다가 검사는 실실 웃으면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 결혼하면 해결된다"고 최 씨를 조롱했다.

 

심지어 재판부는 최 씨에게 강제로 키스당하던 상황을 재연시켰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최 씨와 노 씨를 데려와 현장 검증을 하는 등 최 씨를 동네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재판부는 "노 씨와 결혼할 생각이 있냐"며 합의를 제안했고, 최 씨는 "차라리 벌을 받겠다. 죽어도 저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결국 법원도 검찰 논리를 그대로 따라 최 씨에게 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최 씨가 혀를 깨문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사는 "비록 강제 키스로부터 처녀의 순결성을 방위하기 위해 한 것이라도 혀를 끊어버림으로써 일생 말 못 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한 것은 정당한 방위의 정도를 지나쳤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었고, 최 씨가 노 씨로 하여금 키스하려는 충동을 일으킨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명 가해 남성인 노 씨의 성폭행 혐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주거침입죄만 인정돼 최 씨보다 가벼운 형량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 씨는 구속 수사를 받느라 6개월간 옥살이도 했다. 최 씨의 부친은 딸이 교도소에 있을 때 논 한 구역을 판 돈으로 노 씨와 합의까지 했다. 그야말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것이다.

 

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처녀…"불구 만들었으니 결혼해라" 검사는 조롱

 

◇대법원은 '묵묵부답'…최 씨 "부끄러운 대한민국 법 체제" 비판

 

최 씨는 즉각 항고했지만, 부산고법 역시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곧바로 최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3년 가까이 아무런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대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린 지 2년이 다 되어가던 2023년 5월 31일, 최 씨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땡볕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는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와 함께 시민 1만5000여 명이 참여한 서명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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