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 온도가 역대급으로 상승한 가운데 지금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남미 국가들은 뎅기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이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미주본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사망자만 1천 명이 넘고 감염 사례는 357만여 건이다.
과연 현지에서 느끼는 뎅기열 상황은 어떤지 남미 파라과이에 살고 있는 기후 특파원께 물어봤다. 파라과이에서 식량 작물 농업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정봉남 코피아 파라과이센터장, 그런데 뜻밖의 말을 했다.
"이곳 파라과이에서는 뎅기보다 치쿤구냐가 더 문제예요."
'치쿤구냐'(chikungunya)는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고열과 함께 관절통·두통을 유발한다. 1950년대 탄자니아에서 처음 보고됐는데, 탄자니아 남부 토속어로 '뒤틀리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환자들의 모습을 묘사한 말이라고 하는데, 이 질병이 지난해(2023년) 파라과이에 창궐했다고 한다.
"뎅기가 보통 1~2주 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치쿤구냐는 한 달 간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정말 몸이 너무 아프다고 해요. 저희 (현지) 직원 한 분도 뎅기도 걸리고 치쿤구냐도 걸려봤는데 치쿤구냐는 정말 몸서리쳐지게 아프다고... 실제 목숨을 잃은 사례도 언론에 많이 나왔어요."
실제로 파라과이에서는 지난해 1~2월 사이 치쿤구냐로 22명이 사망하고 누적 감염자 수는 2만 명에 육박했다. 백신도 없고 특별한 치료법도 없어 현지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2023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은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치쿤구냐 바이러스 백신을 허가했고 현재 데이터를 검토중이다.
전염성 모기의 창궐은 기온 상승, 불규칙한 강수량 증가와 직결된다. 정 소장에게 파라과이 현지의 기온 상승에 대해 물어봤더니 깜짝 놀랄 대답이 돌아왔다.
"3월이 되면 더위가 한풀 꺾여야 하는데 45도까지 치솟았어요. 놀랐죠."
우리에게 삼복더위인 8월이 파라과이에서는 겨울인데, 지난겨울(8월)에는 지구 열대화로 겨울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웠다고 한다.
"파라과이의 겨울은 6월에서 8월까지로 온도가 10도 정도로 내려가는 시기가 한 달 정도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겨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까지 여름철 온도가 보통 39도였는데 올해 여름은 42도까지 올라가는 상태입니다."
- 정봉남 소장의 2023년 11월 23일 인터뷰
겨울이 없어진 남미에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면서 모기를 매기로 한 최악의 뎅기열이 창궐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3월 기준 가장 많은 뎅기열 감염 사례는 브라질(83%)이고 이어 파라과이(5.3%)·아르헨티나(3.7%) 순이다.
뎅기열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모기약 찾기에 여념이 없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TV 방송 보도를 인용해 지난 2일 보도했다. SNS에는 "약국이나 마트에 가도 모기 퇴치제는 살 수 없다. 도대체 어디에서 파는지 모르겠다"라는 원성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아르헨티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아르헨티나의 뎅기열 누적 감염자 수는 18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129명이 사망했다.
한편 지난 3월 지구 표면 온도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고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지난 9일 발표했다. 3월 평균 기온은 14.14도로 이전 최고치(2016년 3월)보다 0.1도 높았고,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의 3월 평균 추정치보다 1.68도 높았다. 10개월 연속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 과학계에서는 8월까지 안정되지 않으면 지구가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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