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2주 진단을 받은 피해 차량 운전자가 1년 8개월 동안 한의원만 무려 108번 다니면서 누적된 통원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인데, 오토바이 책임보험만 든 게 화근이었습니다.
[기자]
멀리 3차로에 보이는 배달오토바이 한 대.
2차로 진입 후 곧바로 1차로로 들어오다가 승용차와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과실비율 2:8, 피해자로 인정된 승용차 운전자는 전치 2주의 척추 염좌 진단을 받고 병원에 다녔습니다.
딱 1번 양방병원에 간 걸 제외하고는 한의원에서만 108번 통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약 1년 8개월 동안 한의원에서 지출된 병원비가 600만 원이 넘습니다.
이렇게 계속된 통원치료는 합의금 120만 원이 지급된 뒤 일단락됐습니다.
전체 치료비 가운데 460여만 원이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청구됐습니다.승용차 운전자 보험사가 구상금을 청구한 건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종합보험은 들지 않고 보상한도가 낮은 책임보험만 든 게 화근이었습니다.
보통 오토바이는 사고 위험성 때문에 보험료가 자동차보다 높게 책정돼, 종합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생계형 운전자'들이 많은 게 현실.
보험사 측은 "신속히 돈을 갚지 않으면 구상금분쟁심의위에 심의를 신청하거나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독촉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가족 : 형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데 금액 다운 안 되면 분납 횟수라도 (기존) 3회에서 더 늘려달라, 그건 안 되느냐….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방법은 없느냐 (했더니) '다른 방법 없다'는 거예요.]
[보험사 관계자 : 저희 직원이 먼저 좀 딱하면 분납이라도 해주십시오 라고 권유를 하는 스타일이지 저희가 분납 안 된다고, 일시납 안 준다고 해서 저희가 그러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 보험사는 지난 2020년 사고로 고아가 된 12살 초등학생에게 약 2천700만 원짜리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하한 적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를 계기로 보험사가 경제적 약자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걸기 전 적정성을 검토하도록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했습니다.
해당 보험사는 이번 구상금 청구와 관련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는 말을 듣지 못했고, 개인정보라 보험사가 먼저 알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보낸 사실상의 경고 문건에 대해서는 "담당 직원이 통상 상대 보험사에 보내는 서류 양식을 개인에게 잘못 보낸 탓"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 치료는 고객의 권리라 치료 방식이나 횟수를 보험사가 제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보험사는 취재가 시작되자 "아직 소송을 제기한 건 아니다"며 "당사자 면담 뒤 회사 내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번 일을 다시 처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민성(kimms0708@ytn.co.kr)
전치 2주에 1년 8개월 간 한의원 108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