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의학사에서 음핵은 철저하게 무관심 또는 무쓸모의 대상이거나 또는 성적 타락을 예기하는 탄압의 대상이었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 초까지 여성의 성욕이나 자위를 막는다는 이유로 음핵 절제술이 무분별하게 시행됐고,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음핵을 비롯한 여성생식기를 영유아기 시절 절단하는 시술이 만연해 있다.
정상적인 여성은 질을 통해서만 성적 쾌감을 느낀다는 명제는 2000년대 들어서야 뒤집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여성 의학자가 수많은 문헌 자료와 해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종합해 ‘질은 발기 조직이 아니며 특별한 감각기관도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킨제이 보고서’ 등을 통해 알려진, 대다수 여성들이 부부관계에서 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실의 이유가 규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질을 통해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삽입 성교의 움직임이 질 벽을 통해 인근 음핵의 여러 부위에 자극을 전하면서 쾌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의학사에 ‘질 중심주의’가 있었다고 해서 여성의 질이 그렇게 열심히 연구된 것도 아니다. 여성 3명 중 1명 꼴로 세균성 질염을 앓고 있지만 치료법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도 없었고, 연구 지원도 연구 의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