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과정에서 전년도 수상자이자 시상자로 나선 두 아시아계 배우 키 호이 콴과 양자경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연기상 부문 시상은 예년과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작년까지는 지난해 수상자가 올해의 수상자를 호명하고 트로피를 건네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지난해 수상자와 함께 역대 해당 부문 수상자 4명이 무대에 올라 후보에 오른 5명의 배우들의 연기를 기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상자에게만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후보 한 명 한 명의 연기를 조명하기 위한 의도가 보이는 변화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됐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날 '오펜하이머'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 시상자는 지난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키 호이 콴과 역대 수상자인 팀 로빈스, 샘 록웰, 마허샬라 알리, 크리스토프 왈츠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이 이름이 호명되고 무대에 오른 후 트로피를 가지고 있던 키 호이 콴과 인사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고 트로피만 가져갔다. 그리고 팀 로빈스와 악수를 나눴고 샘 록웰에게도 짧은 주먹 인사를 건넨 뒤 마이크 앞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키 호이 콴은 다우니 주니어가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줄 알고 제스처를 취했으나 옆에 있던 샘 록웰에 가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여우주연상 수상 순서에서도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상자는 지난해 '에브리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여우주연상을 탄 말레이시아 배우 양자경과 역대 수상자인 샐리 필드, 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로렌스였다.
여우주연상에 호명된 엠마 스톤은 무대에 올라 양자경이 건네는 트로피를 받아야 했으나 결과적으로 제니퍼 로렌스가 수여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엠마 스톤은 트로피를 받은 후 제니퍼 로렌스와 진한 포옹을 나눴고 이어 샐리 필드와도 인사를 한 후 수상 소감을 위해 마이크로 향했다. 전년도 수상자인 양자경과는 특별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이 두 상황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이 동양인 배우들을 패싱 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경우 전년도 시상자를 트로피대 취급했다고 분노했으며, 엠마 스톤에게는 양자경이 해야 할 역할을 제니퍼 로렌스가 하게 했다며 분노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서양인의 뿌리 깊은 동양인 무시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이 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전 세계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그러나 '동양인 패싱'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적잖았다.
이 상황 자체가 어떤 의도성을 띄고 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유력한 수상 후보이긴 했지만 오스카의 향방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긴장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고 생방송이라는 상황상 시상자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시상식에서 보인 행동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수상자가 올해 수상자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것은 아카데미의 오랜 전통인 만큼 두 배우가 전년도 수상자에 대한 예우를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교롭게도 키 호이 콴과 양자경 모두 할리우드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동양인 배우라는 것이 이번 논란에 더 큰 불을 지폈다. 두 배우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아메리칸 드림'과 '보트 피플'에 관한 일화를 소감으로 전해 뜨거운 박수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1년 만에 홀대를 받는 듯한 해프닝이 연출돼 진위와 상관없이 동정의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킬리언 머피의 무대 위 행동을 생각하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엠마 스톤의 행동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킬리언 머피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후 무대에 올라 5명의 시상자에게 차례로 감사 인사를 건넨 후 지난해 수상자인 브렌드 프레이저에게 트로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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