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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예쁜 여자는 절대로 여자들 사이에서 왕따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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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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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말.

"예쁜 여자애가 여자애들 사이에서 왕따당했다는 건 절대 말도 안 돼.
여중여고여대 나온 내가 여지껏 봐왔는데 예쁜 여자애가 왕따당하는 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자들이 예쁜 여자를 더 좋아한다. 여자들은 예쁜 여자와 더 친해지고 싶어한다.
예쁜 여자애들이 무리의 중심이 된다. 시녀들을 거느린다.
예쁜 애가 왕따당했다면 이유가 있겠지.
성격이 별로였겠지. 여우짓을 했거나. 내숭을 떨거나. 공주병이 심하거나 "


진짜 매일같이 나오는 꾸준글,
볼 때마다 속터지는.

자기 경험만 전부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겪어보지 않았던 것을 아예 세상에 없는 걸로 치부하는 이런 말.
이런 말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가해자의 질투심을 유발시켜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들에게 충분한 2차 가해가 된다.

'예쁜 여자는 여자들 사이에서 추앙받는다'
이건 이제 인터넷에서 절대 깨트리면 안 되는 신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신화에도 어김없는 예외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아무 잘못 없이 그저 가해자의 열등감을 건드려서 내숭덩어리 왕재수 프레임을 달고 괴롭힘 당했던 사람들이 자기 경험담을 얘기할라치면, 다들 몰려들어서 피해자의 존재를 부정한다.

'니 입으로 니가 이쁘다고 하는 거 봐서 너 성격 재수없을듯 ㅋ 왜 왕따당했는지 알겠네.'

왜 사람들은 '예쁜 여자는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이 신화를 절대 깨트리지 않으려 하는 걸까.
궁금했다.
답을 알려줄만한 책을 여러권 빌려봤다.
그 중 여기에 가장 걸맞는 설명이 되는 책을 만났다.
바로 던컨 J. 와츠가 쓴 '상식의 배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예쁜 여자애는 절대 왕따당할리 없다는 신화...
지금부터 두 친구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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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름이 고은이랑 지은이냐면 그냥 흔한 이름 아무 거나 생각하다보니...;;)

 

 

고은이와 지은이는 눈에 띄게 예쁜 외모와 우수한 학업성적,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난 조용하고 얌전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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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의 주변에는 그런 고은이를 동경하여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린다.
이미 이 집단에서 고은이는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 물론 고은이가 속한 반에도 질투심 많고 남 험담 잘 하는 애가 있긴 하지만... 얘가 고은이를 깎아내려 하면 주변에서 '열폭하지 마라, 찌질하다'라는 말로 입을 막아버린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은이를 질투하는 애들조차 고은이에 대한 반감을 쉽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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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은이의 반에는 남이 자신보다 주목받는 것을 시기하는 여왕벌 타입의 애가 있었다.
유난히 기가 센 이 여왕벌은 또래 집단에서 발언력이 크다.
여왕벌은 지은이를 재수없는 내숭캐릭터로 낙인찍는다.
처음에는 이 여왕벌이 속한 일진 그룹에서 지은이에 대한 험담을 조성한다.
이러한 프레임이 점점 반 아이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지은이랑 말 한마디 해본 적 없는 애들조차 지은이의 사소한 행동을 공주병 내숭녀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또래 집단 사이에서 자칫 다른 의견을 냈다가 소외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에, 지은이에 대한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고은이와 지은이의 학창시절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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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의 경우.

고은이는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 고은이의 여성스러운 아우라에 감탄한다.
저러면 나도 고은이처럼 청순해 보일까.

고은이는 교과서에 줄을 칠 때 꼭 자를 대고 줄을 긋는다.
→ 역시 고은이는 깔끔하다. 귀티는 저런 사소한 곳에서 나는 걸까?

고은이는 매너가 좋아서 누가 말하든 그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경청해준다. 그래서 고은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여 고백했던 남자애가 있다.
그 애에게 마음이 없는 고은이는 정중히 거절했다.
→ 고은이가 매너가 좋아,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니까 고은이가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거지. 자기가 좋아하는 마음이 없는데 억지로 사귀기보다는 차라리 정중하게 거절하는게 상대방에게 매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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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경우.

지은이는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 얌전한척 이미지메이킹 하는 것 같아 재수없어 보인다.

지은이는 교과서에 줄을 칠 때 꼭 자를 대고 줄을 긋는다.
→ 깔끔떠는 척 오지네.

지은이는 매너가 좋아서 누가 말하든 그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경청해준다. 그래서 지은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여 고백했던 남자애가 있다.
그 애에게 마음이 없는 지은이는 정중히 거절했다.
→ 미친년 그럼 왜 마음도 없는 애한테 꼬리치고 다녔대? 어장관리 좀 적당해 할 것이지. 조카 개여우!!!



고은이와 지은이의 행동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하지만 고은이와 지은이에게 씌워진 각각의 프레임 때문에, 고은이는 누군가의 학창시절에 한 명쯤은 있던예쁘고 완벽했던 여신같은 소녀로 기억되고. 지은이는 예쁘지만 여우짓이 심해서 왕따를 당했던 재수없는 불여시로 기억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쁜 애는 절대 왕따당할 리 없다는 신화를 굳게 믿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고은이와 같은 케이스를 볼 때마다 '역시 예쁜 애들은 항상 세상의 중심이야!'가 진리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지은이의 경우는 예뻐서 왕따당한게 아니라, 행동이 재수없어서, 성격이 별로라서 왕따당한 애로 정의된다.


확증 편향과 동기화된 추론

고은이의 사례는 인정받지만 지은이의 사례는 부정당하는 현상.
'상식의 배반'에서 던컨 J. 와츠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도 자신이 이미 생각하고 있던 바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화한다.
이 과정은 부분적으로 기존의 믿음을 확증해주는 정보를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더 쉽게 알아차림으로써 이뤄진다.
우리의 믿음을 확증해주지 않는 정보는 확증해 주는 정보보다 더 의심을 품고 꼼꼼하게 검토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각각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과 동기화된 추론 motivated reasoning 으로 알려진 이 두 경향이 더해지면
(중략) 그런 갈등 속에서 쌍방은 똑같은 '사실'을 보면서도 현실을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 자기 믿음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 동기화된 추론 motivated reasoning :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정보를 찾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며 사실이 믿음과 어긋나면 믿음이 아니라 사실을 버리는 경향)


 

 


불행히도 세상은 y=2x+3같은 1차 함수처럼 똑 떨어진 답이 있는 것 아니다.
그 사람이 속한 집단에서 누군가가 행하는 사회적 영향력, 타이밍, 운빨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결과는 100% 뒤바뀔수 있다. 고은이와 지은이의 사례처럼...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회가 주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길 바란다.
예를들면,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이 보상을 받는다'
이러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이 포스팅의 주제인 '예쁜 여자는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 그러므로 예쁜 여자가 여자들 무리의 중심이 된다' 도 사람들이 영원 불변의 진리로 믿고 싶은 법칙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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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들이 이 주장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진리가 되도록 끊임없이 부르짖는 이유는, 오랫동안 여성들을 질투와 악의가 똘똘 뭉친 존재로 왜곡시켰던 '여적여' 프레임을 깨고 싶은 마음이겠지.

나도 여적여가 일반화되는게 싫다.
여적여 논리는 아무 악의도 없는 여자들까지 전부 본능적으로 질투에 미친 괴물로 몰아붙이니까.

하지만 여적여 논리를 깨고 싶다고, 여자가 다른 여자에게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한 사례를 전부 부정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또 하나의 폭력, 2차 가해니까.

 
 
 
 
 
여담


"예쁜 애는 절대 왕따당할 리 없다"
이러한 신화는 지은이에게 2차 가해를 남겼다.
사람들은 지은이의 고통스러웠던 경험담을 부정한다.
지은이는 남들이 자신에게 말하듯 자신이 정말 왕재수 불여우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기피한걸까, 이러한 생각이 지은이를 괴롭히며 지은이의 자존감은 추락해버렸다.

세상의 많은 지은이들은 이렇게 무너져간다.
어떤 지은이는 남들에게 공격받지 않도록 남들이 싫어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뒤집어서, 과다하게 퍼주고 호구처럼 군다. 남에게 무조건 미움받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비굴하게 구는 지은이를 사람들은 우습게 여긴다. 이젠 지은이는 찐따로 불리면서 사람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된다.

어떤 지은이는 과다하게 털털하고 우악스럽게 행동하면서 또 다른 곳에서는 비호감 눈새 캐릭터로 자리매김되기도 했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하는 또 다른 지은이.
오랫동안 마음에 깊은 상처로 인해 지은이는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예민한 태도를 갖게 되었다.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지은이의 말투는 울분에 차 있고 거칠다.


슬프게도 지은이의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은이를 너무 쉽게 판단한다.

"말투만 봐도 사람들이 싫어했을 이유를 알 것 같네..."

이런 말은 지은이를 또다른 상처로 몰고 간다.
태도와 성격은 구분되어야 할 개념이다.
지은이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차마 상상조차 안되는 모양인지, 지은이의 태도를 보고 지은이의 성격을 규정짓는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다. 선무당이 또 사람을 잡는다.

태도 : 자연적 혹은 사회적 환경에서 특수한 대상이나 계급적 대상을 향한 개인의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지향을 말한다.
개념적으로 태도는 개인의 심리적 과정과 환경간의 지속적인 관계에서 나오며, 개인적 특성과는 다르다.
ⓒ사회학사전, 고영복, 2000. 10. 30., 사회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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