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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 6억 생긴 뒤..친모 나타났지만 고아로 살겠다는 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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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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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637047





“엄마는 필요 없어요. 차라리 지금처럼 계속 고아로 살고 싶어요.”
대구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는 나를 상담 차원에서 만난 경환이(18·이하 모두 가명)와 경민이 쌍둥이 형제는 잔뜩 흥분해 있었다. 옆에 있던 막내(10) 동생도 눈을 커다랗게 뜨고 형들처럼 성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 3형제를 화나게 했을까. 지난달 13일 대구가정법원 산하 A가사 법정. 재판부는 “친권상실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보험금(약 6억원)을 지급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3형제가 할머니 를 통해 엄마 를 상대로 낸 ‘친권 행사정지 사전처분’ 사건의 결과가 나오자 아이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흥분했다.

보험금 지급이 미뤄지자 3형제는 “엄마 자격을 빨리 없애 달라고 (판사에게) 부탁해주세요. 보험금 때문에 우리에게 몇 년 만에 갑자기 찾아온 거잖아요”라고 소리쳤다. 6년째 아동복지시설에서 같이 생활하지만 아이들이 흥분한 모습은 처음 봤다.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 달라고 엄마를 상대로 이례적인 법정 다툼을 시작한 3형제. 내가 이처럼 기구한 사연을 가진 대구 3형제를 만난 건 2011년이다.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아이들은 시설을 찾아왔다. 당시 13세이던 쌍둥이 첫째와 둘째는 우리 시설에, 다섯 살 막내는 형들과 약간 떨어진 다른 시설에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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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인부인 아빠(2015년 사망)와 3형제를 뒤로하고 엄마는 2010년 집을 나갔다. 형제가 엄마를 본 마지막이었다. 아빠가 가출한 엄마와 이혼하면서 엄마는 3형제의 친권을 상실했다.
주로 지방의 건설현장을 다니며 일하던 아빠는 결국 복지시설로 3형제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시설을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염치없습니다”라며 늘 인사도 깍듯이 했다. 그는 3형제에게 매달 10여만원씩 용돈을 주고 책과 옷도 사줬다. 다행히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했다. 경환이는 다음달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만큼 바르게 자랐다.

3형제의 삶은 지난해 9월 다시 흔들렸다. 아빠가 음주운전 차량의 역주행 사고를 당해 숨지면서다. 아빠는 보험사 두 곳에 3형제를 수령인·상속인으로 지정해 생명보험을 들어놨다. 여기에 사고 가해차량 보험사가 지급할 보상금을 합쳐 6억원 정도의 보험금이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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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보험금 상속이 3형제에게 지급 가능하자 또 문제가 생겼다. 3형제가 만 19세가 안 되는 미성년자여서 후견인이 없으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금 수령 문제로 우왕좌왕하던 지난 3~4월. 엄마가 친권을 회복했다고 복지시설에 알려왔다.
아빠가 남긴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아이들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변호사는 “친모가 친권 회복 이후 가장 먼저 보험금이 얼마인지 물어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권리를 찾을 때까지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3형제는 결국 엄마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정지와 친권상실 소송을 동시에 냈다.

지난달 복지시설 사무실에서 엄마와 3형제가 2010년 이후 처음 만났다. 엄마는 “가출할 때 사정이 있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막내를 데려가 같이 살겠다고도 했다. 그러더니 “(친권자인) 내가 엄마 아니냐. 너네들이 크면서 필요한 돈을 받아 옆에서 관리하는 게 당연한 거다. 보험금을 보관하다 크면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를 낯설어했다. 3형제는 단호하게 “(엄마는) 아빠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다. 싫다”고 잘라 말했다.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의 골이 깊어 보여 가슴 아팠다. 앞으로 6억원이 어디로 갈지는 어찌 보면 부차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엄마 측 변호사는 “엄마가 친권 회복 하러 찾아왔을 때 가해차량 보험금이 있는 건 알았지만 아빠가 보험에 들었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엄마는 아빠가 숨졌으니 아이들을 챙기려고 순수하게 아이들에게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정불화에 방임,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 엄마와의 법정 다툼. 상처투성이가 된 대구 3형제가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였다. 언제쯤 대구 3형제가 또래 아이들처럼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담당 재판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 이 기사는 3형제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재판을 돕고 있는 대구 모 아동복지시설 김모 사무국장의 시점에서 작성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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