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 방지 껌, 비닐봉지에 담은 사과 두 알, 롯데리아 햄버거, 낱개의 치약과 올리브유...
직장인들이 이번 설 회사로부터 받은 ‘최악의 설 명절 선물’ 중 일부다. 직장인들이 직접 유튜브 제보를 통해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선물은 12일 중소기업 소개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이과장’을 통해 공개됐다. 제목은 ‘천하제일 중소기업 명절 선물 대회’로, 직장인들이 설 명절에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이과장은 “남들은 명절에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호기심을 해결하고, 가볍게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다른 취지나 목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과장은 직장인들의 각종 선물 제보를 ‘귀족’ ‘평민’ ‘천민’ 순으로 나눠 공개했다. 선물의 규모와 질에 따라 계급을 나눈 것이다.
‘평민’에는 돼지고기, 스팸, 참치, 올리브유 세트 등 대체로 평범한 선물들이 소개됐다.
‘귀족’에는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못지않은 명절 복지들이 공개됐다. 대부분 선물과 함께 현금이 지급됐다. 공산선물세트와 함께 현금 50만원을 주거나, 한우 세트와 함께 현금 100만원 등을 주는 식이다. 선물 없이 현금만을 받는 것도 ‘귀족’ 계급에 속했다. 금액대는 50만~200만원대로 다양했다.
이외에도 1차로 배와 사과 상자를 받고, 2차로 참치와 샴푸를 받은 직장인도 ‘귀족’으로 분류됐다. 이과장은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은 대표님의 따뜻한 마음이 보인다”며 “이런 거 양손 가득 들고 다니면 마치 고급 승용차에서 내리는 하차감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끈 건 ‘천민’ 계급에 속한 선물들이었다. 이른바 ‘안 주느니만 못한 선물들’이다. 이과장은 “회사에서 이 정도 선물을 줄 정도면 직원들을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라고 말한 뒤 소개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소개된 건 졸음 방지 껌이었다. 회사에서 설 선물로 귀성길 안전운전 하라는 취지에서 준 것이다. 제보자는 “어디 가서 보여주기도 창피하다”고 했다. 이과장은 “회사에서 혹시라도 일하는 내 일꾼들이 다쳐서 일 못 할까 봐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했다.
직원수 50명 미만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는 직장인은 ‘비닐봉지 설 선물’을 받았다. 거래처에서 들어온 설 선물들을 비닐봉지에 ‘양심껏’ 골라가는 형식이었다. 이 직장인은 한라봉과 배 각각 한 개와 해바라기유, 구운 소금, 가공육 하나씩을 담았다. 그러면서 “누가 명절 선물을 비닐봉다리에 받나 싶었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이야”라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투명 비닐봉지에 사과 2개를 받은 직장인도 있었다. 평균매출액 1억5000만원 소기업의 2년차 사원이라는 이 직장인은 “요즘 사과가 한 개 6000원이라는데, 1만2000원정도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사장님은 차 바꿨다”고 전했다.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회사에 다닌다는 직장인은 롯데리아 햄버거를 받았다. 회사 바로 옆에 사장님 동생이 운영하는 롯데리아가 있어 이 같은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이과장은 “조용히 먹고 치우면 내가 이거 받았다는 거 세상 누구도 모르게 할 수 있다. 적어도 창피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종이봉투에 생필품을 낱개로 넣어주는 회사들도 있었다. 항목으로는 치약과 비누, 올리브유 등이 해당했다. 또 거래처에서 보낸 선물을 퇴근 전 제비뽑기를 통해 가져가라는 회사도 소개됐다.
이 모든 소개를 마친 이과장은 “참 안타깝다”며 “돈 조금 아끼려고 나눠서 봉지에 싸주고 그러지 말라. 집안에 갖고 가는 가장으로서, 아니면 자식으로서 창피해서 이걸 어떻게 들고 가느냐.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건 빈정 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돈 안 들이고 직원과 사장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사연자분들께 뭐라고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힘내시라. 응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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