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 등 물가 고공행진에 직격탄
필수 생계비 月 3만9000원 늘 때
가처분소득 1만8000원 증가 그쳐
가계 적자규모 1년 새 6만원 늘어나
지난 10월 물가상승률 3.8% 우유값 폭등
일용직근로자 취업 6개월 연속 감소
정부 “라면 등 7개 품목 물가 전담 관리”
2024년 생계급여 인상·지원 강화 방침에도
“복지 사각 많아 생계난 가중 우려” 지적
# 내년 3월까지 육아휴직을 할 생각이었던 최모(31)씨는 다음 달 회사에 복귀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최근 몇 달 새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남편의 월급과 육아휴직 수당만으로는 육아비용을 포함한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분유·이유식 가격이 많이 올라서 한 달에 60만원 정도 들고, 어린이집 비용 50만원까지 벌써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정부에서 영아급여, 출산축하금 등 지원금을 받아봐야 마이너스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대출 이자에 임대료에 최근에는 식재료비도 너무 올라 결국 부부가 매달 100만원씩 넣던 ‘청년내일저축계좌’도 올해 초에 중단했다”며 “요새 들어 왜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고 애를 안 낳는지 뼈저리게 느낀다”고 토로했다.
#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점포를 돌며 6년째 박스를 주워 팔고 있는 50대 A씨는 최근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1kg에 80원가량 하던 폐지 가격이 절반 이하인 30원까지 곤두박질쳐 발품을 팔아 100kg를 모아봐야 푼돈만 쥘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가리키며 “이거 다 팔아봐야 3000원 나올까말까 한다”면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식재료가 너무 비싸져서 요새는 매일 라면밖에 못 먹는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여부에 대해 묻자 A씨는 “그런 거 잘 모른다”면서 “그냥 폐지 팔아서 버는 돈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충격으로 지난 1년 저소득층의 살림이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필수생계비는 늘어나는 데 소득이 받쳐주지 못하면서다. 1분위(소득 하위 20%)의 최근 1년(2022년 3분기~2023년 2분기) 월평균 필수생계비는 직전 1년(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과 비교해 4만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생계비는 식료품·비주류음료 등 줄이고 싶어도 쉽게 줄이기 힘든 지출을 말한다. 필수생계비가 껑충 뛴 가운데 처분가능소득은 같은 기간 월평균 1만8000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1분위의 가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역시 올해 2분기 월평균 필수생계비가 3만5000원 가량 늘어난 가운데 처분가능소득은 약 4만원 줄어들면서 가계부의 흑자액은 6만원 넘게 줄었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래층까지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데다 물가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어 향후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수생계비 증가에 짓눌린 저소득층
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 1인이상)를 세계일보가 분석한 결과,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1년 간 1분위의 월평균 필수생계비는 74만4271원으로 나타나 직전 1년(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 평균인 70만5233원보다 3만9038원 늘었다. 필수생계비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주거·수도·광열, 교통, 식사비 등으로 구성된다. 가계동향조사 지출 항목은 계절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한다. 1분위는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하위 20%를 차지하는 집단으로, 조사 때마다 구성은 달라진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3분기 필수생계비는 70만9644원으로 2021년 3분기(69만1262원) 대비 1만8382원 늘었다. 이후 지난해 4분기 필수생계비가 78만1516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분기보다 7만500원 급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필수생계비가 77만3002원으로 6만8087원 늘었다. 올해 2분기 필수생계비가 71만2922원으로 2022년 2분기(71만3749원)와 거의 비슷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 간 저소득층의 필수생계비가 고공행진했던 셈이다.
-후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871734?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