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 2023년 10월 13일 압구정 거리 한복판에 ‘엔젤박스녀’가 등장했다. 몸에 박스를 걸친 ‘박스녀’는 행인에게 박스 구멍에 손을 넣어보라고 권한다. 박스 구멍에 손을 넣은 행인은 경악한다. 박스 안 여성은 알몸이었고, 넣은 손을 통해 가슴을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은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엔젤박스녀 진행한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상을 놀라게 한 엔젤박스녀는 ‘아인’(A_in)이다. 아인과 그녀의 소속사 대표는 이번 퍼포먼스를 일종의 행위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아인은 “남자가 웃통을 벗는 건 문제 없고, 여자가 웃통을 벗으면 범죄로 치부하는 현실을 비틀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어그로’를 끄는 걸 좋아하는 ‘관종’(관심종자)임을 당당하게 드러낸 아인은 “인스타그램 10만 팔로어를 모으면 구멍 하나를 더 뚫어 한 번 더 퍼포먼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아인과 일문일답.
—천사 박스녀로 나선 사람이 누구인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나는 관종이다.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걸 너무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병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받는 걸 원했다. 일종의 애정결핍 같기도 하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해 소위 ‘가라오케’에서 일하기도 했다. 약 2년 전부터 한국 AV 배우 겸 모델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독형 플랫폼에서 팬과 소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 술집에서 일한 걸 공개해도 되나.
“나쁜 일 한 것도 아닌데 상관없다. 누구 돈을 훔치거나 빼앗은 것도 아니고, 생계를 위해 직업 중 하나로서 일을 한 거다. 비난받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퍼포먼스는 어떻게 하게 됐나.
“소속사 대표가 ‘한국의 고루한 성문화를 깨보는 재밌는 퍼포먼스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재밌겠다고 생각해 고민하지 않고 바로 해보겠다고 했다. 평소 남자가 웃통을 벗으면 아무렇지 않고, 여자가 벗으면 처벌받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깨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라는 설명도 맘에 들었다.”
—엔젤박스의 뜻은 뭔가.
“깊은 뜻은 담겨 있지 않다. 박스 안은 천국이라는 의미와 엄청난 선물을 주는 착한 일을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이 가슴을 만지는 게 유쾌할 것 같지는 않다.
“기분 나쁘지 않다. 내 몸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위다. 오히려 자랑하고 싶다. 모든 남자가 만져줬으면 좋겠다. 가슴이라고 특별히 터부시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
“생각보다 수줍어했다. 손을 넣어도 깊게 손이 들어와서 만지지 않고 가볍게 터치만 하고 가는 정도였다. 더 심하게 만져도 되는데, 그런 분은 거의 없었다.”
(생략)
다음은 아인 소속사 대표와의 일문일답.
―다음 계획도 있나.
“압구정 박스녀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여러 군데서 해볼 생각이다. 또 다른 기획도 계속 준비 중이다. ‘엔젤박스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같이 어그로 끄실 생각 있으신 분은 회사로 연락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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