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 있을 때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은 아이가 있다. 레즈비언 부부 김규진(32)·김세연(35)씨의 딸 ‘라니’(태명)다.
라니는 지난 8월 30일 새벽4시 30분 인생의 첫발을 내딛었다. 두 엄마가 결혼식을 올린지 약 4년, 그리고 라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지 두 달만이었다. 라니가 태어난 날 엄마 규진씨는 SNS에 당당히 ‘오출완(오늘 출산 완료)’을 인증했다.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동성커플의 임신과 출산에 대해 김규진씨를 만나 들어봤다.
지난 27일 진행된 인터뷰엔 김규진씨의 아내 세연씨도 함께했다. 규진씨와 달리 모습을 공개하지 않던 그는 최근 언론 앞에 섰다. 지난 7월엔 ‘대한민국 저출생대책 간담회 겸 베이비샤워’라는 행사에도 등장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차피 아기 엄마로 커밍아웃 해야 하는데 한 번에 해버리자.” 세연씨의 말이다.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김씨 부부는 그만큼 더 열심히 알리고, 더 열심히 축하받는다. 앞으로 라니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다. 여느 초보맘들 처럼 맘카페를 들여다보며 ‘아이가 건강하면 됐다’와 ‘그래도 영어 학원 정도는 보내야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모(母母)에게 지난 한 달간 육아 근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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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주변에서도 많은 축하를 해주셨어요. 규진님 SNS만 봐도 댓글에 응원 메시지가 쏟아지더라고요.
A : 규진=임신했을 때부터 기사가 많이 나서 그런지 일반적으로 오가는 축하보다 수십 배 이상의 축하를 받은 것 같아요. 서서히 멀어졌던 지인들한테도, 회사에서 직접 알지 못했던 분들한테도 응원 메시지가 왔어요. 심지어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 나온 강아지를 귀여워 해줬는데 나중에 견주분이 SNS로 “기사에서 봤다. 정말 축하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죠. 감사했어요.
세연=임신·출산 이야기를 꺼내기 전엔 제가 커밍아웃을 해도,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넘겨짚었어요. 특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받아들이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를 낳은 병원·조리원에서 마주친 50~60대 직원분들의 생각보다 열린 마음과 호의적인 반응에 놀랐어요.
기사에 악플만 달리는 것 같지만 저희가 느끼는 주변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변화하고 있어요. 동성애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최근 몇 달간 시민의식은 행정 시스템보다 훨씬 올라와 있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어요.
기사출처 (댓글 혐주의)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11474?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