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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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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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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준목 기자]

https://img.theqoo.net/iAPlDt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Long live the Queen(여왕 폐하 만세)" 전 세계가 김연아를 '피겨 퀸'이라고 인정하며 보낸 헌사다. 피겨 4대 국제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를 석권한 최초의 선수이자 세계 신기록만 11개를 세운 전설의 스케이터, 데뷔부터 은퇴까지 매순간이 전성기였고, 얼음 위에서 누구보다 찬란한 꽃을 피워낸 피겨 역사의 'GOAT' 김연아가 돌아왔다.

은퇴후 어느덧 소녀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돌아온 김연아는 "바쁘지 않게 일 있으면 하고, 쉴 땐 쉬면서 특별한 거 없이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남편 고우림이 출연하여 댄스실력을 선보인 <유퀴즈> 방송분도 모니터했다는 김연아는, 가기 전에 춤을 시킬 것 같다고 걱정하는 남편에게 "시키면 해야지, 어떡해"라며 시크하게 답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은퇴한 지 어느덧 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연아 선수'라는 호칭을 듣는 게 익숙하다고. 김연아는 은퇴를 회상하면서 "섭섭함은 없었다. 해방감만 있었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여자 피겨선수가 챔피언이 되고 두 번째 올림픽을 나간다는 게 흔치는 않은 일이다. 소치올림픽에 나갔을 때 피겨 선수들 중에서는 고령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피겨 선수들의 전성기는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며 소치 대회 당시 김연아는 24세였다.

은퇴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김연아는 여전히 톱스타로 인정받으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유재석을 '톱스타'로 인정한 김연아는 정작 본인이 '월드스타'라는 칭찬에는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타와 톱스타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돌발질문에 잠시 당황했던 김연아는 "까놓고 보면 별 거 없다. 다 똑같은 사람"이라며 쿨하게 답변했다.

월드스타 김연아의 소소한 일상은 어떨까. 김연아는 "진짜 뭐 없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기도 한데 생체 리듬이 이렇게 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선수시절에는 철저한 관리가 일상이었다면 은퇴 후에 "사람들이 이래서 야식을 먹는다고 하는구나" 깨달았다며 선수시절에는 몰랐던 소박한 일상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김연아는 "MBTI가 원래 ESFJ(외향형)이었는데 점점 I(내향형)가 되어가고 있다. 점점 귀찮아지고 집순이 스타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라고 고백했다.

운동선수의 은퇴 후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운동이 질려서 꼴도 보기 싫다' VS '운동을 안하니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반응이다. 김연아는 전자 쪽이라며 "이제는 건강을 위해, 살기 위한 정도로만 운동을 한다"고 밝히며 "평생 할 운동 총량을 선수 시절에 다 쓴 것 같다"며 운동과 멀어진 이유를 밝혔다.

김연아는 "운동이 취미가 아니고 일이 되다보니 부담과 압박이 되고 정신적인 것까지 같이 오다 보니까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선수시절에도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더 힘들었다는 김연아는 "선수생활 막바지에는 '살면서 숨차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게 소원이었다"며 힘든 선수시절을 회상했다.

김연아의 화려한 커리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연아는 통산 38개의 대회에 출전하여 38개의 메달을 획득했고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올포디움(3위 이내 입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 중 금메달만 27개에 이를 만큼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정작 칭찬에 쑥쓰러워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는 "'감사합니다' 하는 것도 제가 그 칭찬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상이나 기록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 항상 이번 경기가 끝나면 다음 시합-다음 시즌을 준비하느라 바빴다"고 떠올리며 자신이 받은 트로피들을 집에 전시해놓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김연아는 "스포츠는 밖에서 보면 결과가 화려하고 드라마틱해보이는데 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인생이 만화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러다보니까 결과에서 대해서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직장인들이 일이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데 비유하듯, 김연아에게 '대회'란 그런 의미였다.

어쩌면 김연아의 이런 쿨한 성격이 중요한 경기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김연아는 "스포츠에 잘맞는 성격이었던 것 같다. 외부 영향을 덜 받고 '내 갈길만 간다'는 단순함이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대한민국은 김연아의 등장 이전만 해도 '피겨 불모지'였다. 김연아는 등장과 함께 각종 세계대회를 휩쓸며 여왕의 등장을 알렸다.


https://img.theqoo.net/BpBPYM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김연아는 경기에 들어가기 전 항상 기도하는 모습이 루틴처럼 자리잡았다. 김연아는 "부상도 우여곡절도 많다보니까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고 고백했다. 고난도 동작들과 혹독한 훈련으로 인하여 김연아는 이미 중학교 무렵부터 항상 부상을 달고 살았다고. 어느 한 곳이 몇 달간 아프다가 나으면 또다른 곳에 부상이 발생하기 일쑤였다. "그런 게 일상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랬다"라는 게 김연아의 회상이다.

스무 살에 촬영한 한 다큐에서 어느날 아침 스트레칭을 하다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생각은 무슨 그냥 하는거지", "내가 참 고생이 많다"는 인생을 달관한 듯한 '김연아 어록'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당시 상황에 대하여 "아침에 멍 때리면서 '집에 가고 싶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하던 중에 질문을 받고 아무 생각없이 대답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좋게 포장을 해주시더라. 저도 다른 분들이랑 다를 게 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김연아가 토크를 하는 와중에 절묘한 타이밍마다 천둥벼락 소리가 울려퍼지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세간의 기대가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당시 김연아는 "'올림픽은 하늘이 정해주는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밝히며 "설사 메달을 못 따도 세상이 무너질 만큼 큰일은 아닐 거다. 남들이 뭐라하든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던 김연아는 대회 2주 전에 기적적으로 부상에서 회복하며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김연아는 프리무대를 마친 뒤 돌연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기하면서 눈물 흘린 적이 없었다. 메달 안 따도 된다고 했지만, 제게도 간절함이 있었으니까. 이 과정을 거쳐서 결국은 이렇게 됐구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연아는 21세의 나이 때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연아는 "평상시에 애국가를 들을 일이 없는데, 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듣는 애국가가 감동적이고 짜릿했다"고 고백했다. 그 시간을 떠올린 김연아는 "진짜 어렸구나. 열심히 살았구나 그 어린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항상 완벽한 모습만 보였던 김연아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까. 김연아는 "슬럼프는 늘 있었다. 그런데 있어도 가야 하니까. 매일매일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 저뿐만 아닐 저희 시대 선수들이 다 그랬다"고 회상하면서 "해야 돼, 가야 돼라며 다른 데 눈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다보니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진 면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안스럽게 보면 너무 숨막히게 산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뭐 그런 때도 있는 거지"라며 특유의 쿨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김연아의 고별무대였던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이매진' 무대를 마치고 손을 모은 채 경기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큰 화제가 되며 각종 의미부여와 해석이 난무했다. 하지만 정작 김연아는 당시의 감정에 대하여 이번에도 "그냥 작품의 연기를 한 것뿐"이라고 단칼에 감동파괴에 나서며 머쓱해했다. 피겨선수들은 정식 경기가 끝나고 이벤트 무대인 갈라쇼를 해야만 한다. 김연아는 "진짜 하기 싫을 때가 많은데, 드디어 갈라쇼까지 다 마치고 '이제는 진짜 끝이다. 해방이다. 이제 놀면 돼'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진짜 끝난 게 너무 행복했다"며 생각보다 단순했던 반전을 고백했다.

또한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2연패는 아쉽게 놓쳤지만 내내 메달이나 선수생활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듯한 쿨한 반응을 보였다. 김연아는 "저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소치올림픽 때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한 게 아니라 버틴 게 대단해서"라면서 "그때는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없는 상태였다. 소치 대회를 마치고 더 이상 미련없이 떠나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수 있었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이제는 전설이 된 김연아의 길을 이어가려는 '김연아 키즈'들이 존재한다. 차준환, 김예림, 이해인 등은 한국 피겨의 새로운 샛별들이다. 김연아는 "안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꿋꿋하게 해내는 모습이 뿌듯하다"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는 지도자의 길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가르치는 것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없고 선수가 너무 부담이 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는 조언 정도는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반면 자녀에게는 피겨를 시키고 싶지 않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했으니까 안 된다. 굳이 그 과정을 또 겪게 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온국민에게 기쁨을 주었던 김연아가 은퇴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행복하세요'였다고 한다. 그 응원에 걸맞게 김연아는 지금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김연아는 "저는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래서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저의 경기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 분들이 계시다는 데 감사드리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니까 좋은 일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하며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해왔다'고 담담하게 말할수 있는 것. 그게 가장 우리가 사랑해온 '퀸연아'다운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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