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80% 미달, 자퇴생은 사상 최대
올해 대입정시 교대 13곳 중 11곳 미달
자퇴생은 10년 전보다 20% 늘어
임용적체, 교권추락으로 MZ세대 외면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교대들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교대 자퇴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대입 정시에선 전국 교대의 약 80%가 사실상 미달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권추락으로 교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10개 교대와 이화여대·제주대·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등 총 13곳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0대 1이었다. 최근 5년내 가장 낮았다.
한국교원대(5.0대 1), 이화여대(3.9대 1)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경쟁률이 3대 1 사실상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됐다. 정시는 3곳까지 원서를 쓸수 있기 때문에 3대1 미만은 미달로 간주한다.
자퇴자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개 교육대학 재학생 수는 1만5091명으로 10년 전(1만8789명)보다 19.7% 줄었다. 같은 기간 교대 입학정원이 3800명대로 거의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자퇴자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6년 102명이었던 교대 중도탈락자(자퇴 미등록 유급 등) 숫자는 2021년 426명으로 5년만에 4배 넘게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 교대 중 가장 입학성적이 높은 서울교대마저 같은 기간 중도탈락자가 11명에 53명으로 약 5배 늘었다.
입학점수마저 급락해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으로 경인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한 사례까지 나왔다.
교대의 인기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서 새로 뽑은 초등 교사는 115명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에 비하면 3분의1 규모다. 교권추락도 교사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이나 폭행 당하는 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제지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MZ세대 사이에서 선생님은 ‘극한직업’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교육부는 대안으로 교대를 일반대와 통폐합하는 방안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교대구성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 모씨(41)는 2004년 연세대를 자퇴하고 서울교대에 재입학했다. 어린시절 꿈꿔왔던 교직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전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했다.
“처음엔 매일 밤 수업을 연구하고 교재도 직접 만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도 애들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 모르고 일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보람이 다 사라졌어요. 얼마전 옆반에선 선생님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학생까지 나왔어요. 그래도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몸 사리고 월급이나 받자’ 솔직히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거예요.”
○학부모 등쌀에 몸사리는 교사들
대한민국 교사들의 현실이다. 부족한 경제적 여건에 교권추락으로 인한 근무환경 악화로 교원들의 사기는 나날이 떨어져가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해도 이렇진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직업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대의 입학 커트라인은 수직상승했다. 저렴한 학비, 안정적인 연금도 강점이었다. 요즘 선망의 대상이 된 ‘의치한약(의대·치대·한의대·약대)’이 부럽지 않을만큼 인기를 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들어 교권과 함께 교대·사범대도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문제 학생들을 제지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교실에서 분리하는 조치도 인권침해나 아동 학대로 몰리다 보니 교사들은 아예 훈육을 포기해 버린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들의 소송도 그때부터 증가했다. 경기도 안양의 초등학교 교사 김 모씨(37)는 “최근 체험학습을 나갔다가 학생이 무릎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담당교사가 소송을 당했다”며 “이런 얘기를 듣게되면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아예 안나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북 군산에선 중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작년 충남에선 한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여교사를 촬영하는 일까지 있었다. 김 씨는 “아이들을 제지할 수단이 부모에게 전화하는 일말고는 사실상 없다”며 “주변에서 교대를 지망한다고 하면 솔직히 말리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은 연간 3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용고시 붙고도 15개월 기다려야
임용적체 문제도 교대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은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사로 3518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이는 2013학년(7387명)의 절반 수준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가장 적체가 심한 서울에서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대·사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2008년 제주도-제주교대 통합 이후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을 위해 2021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로 여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와 청주교대, 충남대와 공주교대, 경북대와 대구교대, 전북대와 전주교대 등도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등이 부각되는 시대흐름을 감안했을 때 교대와 종합대의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대와 사범대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으려면 융복합 시대의 흐름에 도전적으로 맞서야 한다”며 “교대는 기본적으로 교수 숫자가 너무 적어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사들의 초봉을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하고 교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811248?cds=news_edit
올해 대입정시 교대 13곳 중 11곳 미달
자퇴생은 10년 전보다 20% 늘어
임용적체, 교권추락으로 MZ세대 외면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사가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면서 교대들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교대 자퇴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대입 정시에선 전국 교대의 약 80%가 사실상 미달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권추락으로 교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종로학원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국 10개 교대와 이화여대·제주대·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등 총 13곳의 정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2.0대 1이었다. 최근 5년내 가장 낮았다.
한국교원대(5.0대 1), 이화여대(3.9대 1)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경쟁률이 3대 1 사실상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됐다. 정시는 3곳까지 원서를 쓸수 있기 때문에 3대1 미만은 미달로 간주한다.
자퇴자도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개 교육대학 재학생 수는 1만5091명으로 10년 전(1만8789명)보다 19.7% 줄었다. 같은 기간 교대 입학정원이 3800명대로 거의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자퇴자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2016년 102명이었던 교대 중도탈락자(자퇴 미등록 유급 등) 숫자는 2021년 426명으로 5년만에 4배 넘게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 교대 중 가장 입학성적이 높은 서울교대마저 같은 기간 중도탈락자가 11명에 53명으로 약 5배 늘었다.
입학점수마저 급락해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으로 경인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한 사례까지 나왔다.
교대의 인기 하락은 학령인구 감소로 임용 문턱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에서 새로 뽑은 초등 교사는 115명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에 비하면 3분의1 규모다. 교권추락도 교사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이나 폭행 당하는 사례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제지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MZ세대 사이에서 선생님은 ‘극한직업’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교육부는 대안으로 교대를 일반대와 통폐합하는 방안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교육전문대학원 체제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았지만 교대구성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 모씨(41)는 2004년 연세대를 자퇴하고 서울교대에 재입학했다. 어린시절 꿈꿔왔던 교직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20년 전 그 결정을 후회한다고 했다.
“처음엔 매일 밤 수업을 연구하고 교재도 직접 만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래도 애들 웃는 모습을 보면 힘든 줄 모르고 일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보람이 다 사라졌어요. 얼마전 옆반에선 선생님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드는 학생까지 나왔어요. 그래도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몸 사리고 월급이나 받자’ 솔직히 많은 선생님들이 이런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거예요.”
○학부모 등쌀에 몸사리는 교사들
대한민국 교사들의 현실이다. 부족한 경제적 여건에 교권추락으로 인한 근무환경 악화로 교원들의 사기는 나날이 떨어져가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해도 이렇진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직업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교대의 입학 커트라인은 수직상승했다. 저렴한 학비, 안정적인 연금도 강점이었다. 요즘 선망의 대상이 된 ‘의치한약(의대·치대·한의대·약대)’이 부럽지 않을만큼 인기를 끌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들어 교권과 함께 교대·사범대도 함께 추락하기 시작했다.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문제 학생들을 제지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교실에서 분리하는 조치도 인권침해나 아동 학대로 몰리다 보니 교사들은 아예 훈육을 포기해 버린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들의 소송도 그때부터 증가했다. 경기도 안양의 초등학교 교사 김 모씨(37)는 “최근 체험학습을 나갔다가 학생이 무릎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담당교사가 소송을 당했다”며 “이런 얘기를 듣게되면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아예 안나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북 군산에선 중학생이 교사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작년 충남에선 한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여교사를 촬영하는 일까지 있었다. 김 씨는 “아이들을 제지할 수단이 부모에게 전화하는 일말고는 사실상 없다”며 “주변에서 교대를 지망한다고 하면 솔직히 말리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은 연간 3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용고시 붙고도 15개월 기다려야
임용적체 문제도 교대의 추락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전국 시·도교육청은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사로 3518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이는 2013학년(7387명)의 절반 수준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가장 적체가 심한 서울에서는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까지 평균 1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교대·사대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지만 2008년 제주도-제주교대 통합 이후에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교대는 부산대와 통합을 위해 2021년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지만 부산교대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로 여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와 청주교대, 충남대와 공주교대, 경북대와 대구교대, 전북대와 전주교대 등도 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등이 부각되는 시대흐름을 감안했을 때 교대와 종합대의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대와 사범대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으려면 융복합 시대의 흐름에 도전적으로 맞서야 한다”며 “교대는 기본적으로 교수 숫자가 너무 적어서 다양한 학문을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사들의 초봉을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하고 교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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