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엔 이해정 기자] 안전한 술방(술 방송)은 재미없고 재미있는 술방은 위험하다.
예능계에서 음주 방송이 속속 자취를 감추다 전멸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이영지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은 1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자취방에서 2세대 걸그룹 출신 선미부터 4세대 있지 채령까지, 예능에서 보기 힘든 아이돌 게스트가 출연해 술을 먹는다. 남자 아이돌 멤버도 이영지 앞에서는 마음 놓고 망가진 모습을 공개한다. 콧대 높은 아이돌의 마음을 사로잡은, 술방을 향한 떨어진 관심을 되살린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는 스태프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카메라를 들고 진행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모두가 술자리에 참여한다. 스태프의 웃음소리는 편집되지 않고 한마디씩 얹는 애드리브도 방송에 포함된다. 술을 마시지만 않을 뿐 술자리에는 함께한다. 아이돌들이 소위 90도 인사를 건네야 하는 제작진은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는 없다. 실제로 술을 먹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줘야 하는 게스트 입장에서는 이보다 편한 환경도 없을 터.
친근한 공간도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한몫한다. 게스트는 화려한 가림막이나 무대 뒤에서 등장하는 대신 현관문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온다. 이영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요란한 잠옷을 입고 게스트를 맞이한다. 이영지가 만든 요리에 MZ세대 표 술 한 잔도 받아들면 방송인지 이영지 집에 그냥 놀러온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훌륭한 환경이 조성돼도 정작 M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방송은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영지는 'MZ세대 아이콘'이라는 키워드가 아깝지 않은 톡톡 튀는 말재간과 적절한 선을 지키는 매너를 갖췄다. 선미에게 "니플 패치 어느 제품 쓰냐"고 친근하게 묻다가도 이내 삶의 고민을 나눈다. 과장된 리액션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다. 왈가닥 이영지에서 친근한 동생으로, 때로는 나보다 더 성숙한 연예계 동료로 변신한다. 이영지가 제발 가라고 사정할 때에도 게스트들이 질척대며 "한 잔 더 하자"고 조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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