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글 박진경(PD)
2016년 현재, 그다지 큰 이슈 거리가 없는 전 세계 음악 차트와 록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본의 10대 3인조 여자 아이돌 그룹이 있다. 땀 냄새나는 ‘아재’가 아닌 소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메탈 음악, 1997년생 SU-METAL, 99년생 YUIMETAL, MOAMETAL로 구성된 이들의 이름은 BABYMETAL(베비메탈-헤비메탈에서 따온 이름이니 이렇게 부르면 된다).
처음 이들의 결과물을 들었을 때 깊은 곳부터 거부감이 올라왔던 건 지금 생각해도 당연했다. 유명 아이돌 그룹 퍼퓸의 소속사에서 기획한 너무 어린 나이(IOI의 정채연․김소혜와 동갑내기지만 2010년 데뷔 당시엔 13세, 11세)의 메탈 유닛, 전형적인 일본 아이돌 느낌의 여자 보컬, 율동에 그저 요즘 메탈과 그놈의 덥스텝 등을 큰 고민 없이 얹은 초창기 싱글은 특히나 자부심이 강한 메탈 팬(여전히 그들만의 작은 리그에선 트루 메탈이니 뭐니 지겹게도 투닥거린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러나 2013년, 베비메탈이 야심 차게 발표한 싱글 ‘Megitsune’(암여우라는 뜻)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 곡은 이것저것 다 제쳐놓고 그냥 훌륭했다. 일본의 전통 음악 선율을 바탕으로 한 그 어떤 A급 메탈 밴드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멋진 기타 리프와 구성에 소녀들의 미성과 율동이 곁들여진 이 곡에서 베비메탈은 최소 두 단계 이상의 진화를 해낸다. 어떤 음악팬․기획자도 생각지 못했을 메탈 음악과 아이돌 음악의 적절한 융합, 단순 부조화에서 오는 생경함을 넘어선 이들이 그리는 신세계에 음악 팬들은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한다.
2014년 발표된 데뷔 앨범 [BABYMETAL]의 수록곡 ‘Gimme chocolate!!’은 아예 한술 더 뜬다. 전자음을 명민하게 배치한 살벌한 전주만 들으면 빌보드에도 이름을 올려 본 주류 메탈 밴드의 신곡인가 싶지만 이윽고 터져 나오는 “와다다다다다-”라는 과하게 발랄한 소녀 보컬에선 그 누구든지 카운터펀치라도 맞은 듯 멍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후렴의 동요풍 멜로디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안무, 이를 완벽히 받쳐주는 데스 메탈 사운드라니. 12음계로 새로운 게 더 나오겠냐라는 음악계의 유서 깊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의 데뷔작은 이른바 ‘갭모에’의 극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유튜브를 통한 범지구적인 화제는 물론 베비메탈이 전 세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 참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쯤에서 메탈 팬들의 거부감을 없애 준 포인트는 다름 아닌 이것이다. “아, 베비메탈의 기획자는 메탈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 (베비메탈의 기획자는 KOBAMETA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손 모양, 일명 ‘데블 혼’을 살짝 변형해 여우 신(神)의 사인이라며 유쾌하게 사용하는 작은 것, 파워 메탈을 근간으로 버블검 팝부터 북유럽의 포크 메탈까지 커버하는 넓은 스펙트럼, 한동안 함께 했던 ‘그림용 밴드’에 의존하지 않고 어느 순간 진짜 프로 밴드를 고용해 고난이도의 라이브를 들려주는 결단까지. 음악을 제대로 잘 아는 사람이 큰마음 먹고 제대로 기획했음을 눈치 채게 되면 처음에 가졌던 심리적인 저항선은 상온 보관한 초콜릿 마냥 사르르 녹아버리기 마련이다.
마스터마인드 KOBAMETAL이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는 얼마 전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신작 [Metal Resistance]의 트랙 리스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양권 팬들에겐 ‘From Dusk Till Dawn’이라는 영국 밴드 Bring Me The Horizon을 연상시키는 소품곡을, 자국 팬들을 위해서는 비주얼계 그 자체인 ‘シンコペーション(싱코페이션)’을 각각 선물한 것. 이것만 해도 그의 혜안에 무릎을 최소 세 번은 쳐 줘야 마땅하지만 사실 나를 더 감동시켰던 포인트는 이 보너스 트랙들을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배치한 부분이다. 싱글 단위가 아닌 앨범 단위로 한 작품을 소비하는 음반 애호가들은 음반사에서 ‘덤’이랍시고 끼워준 보너스 트랙 때문에 원작자가 의도한 온전한 청취 경험을 방해받을 때가 제법 있는데 내 생각엔 분명 KOBAMETAL도 한 번쯤은 당한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잘 듣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히트 싱글의 라이브 버전이 흘러 나온다든가….
어떤 메탈 밴드의 신보보다 낫다는 과한 호평을 듣고 있는 이번 신작으로 베비메탈은 빌보드 앨범 차트 TOP 40 진입, 영국 차트 TOP 20 진입, 미국 네트워크 텔레비전 데뷔 등의 성과를 올렸고 이젠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지만 글쎄, 나는 조만간 떠날 것 같다. 너무 유명해지면 ‘팬질’하는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인지라. 뮤즈도 ‘Plug in Baby’ 전이 좋았지.
2016년 현재, 그다지 큰 이슈 거리가 없는 전 세계 음악 차트와 록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본의 10대 3인조 여자 아이돌 그룹이 있다. 땀 냄새나는 ‘아재’가 아닌 소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메탈 음악, 1997년생 SU-METAL, 99년생 YUIMETAL, MOAMETAL로 구성된 이들의 이름은 BABYMETAL(베비메탈-헤비메탈에서 따온 이름이니 이렇게 부르면 된다).처음 이들의 결과물을 들었을 때 깊은 곳부터 거부감이 올라왔던 건 지금 생각해도 당연했다. 유명 아이돌 그룹 퍼퓸의 소속사에서 기획한 너무 어린 나이(IOI의 정채연․김소혜와 동갑내기지만 2010년 데뷔 당시엔 13세, 11세)의 메탈 유닛, 전형적인 일본 아이돌 느낌의 여자 보컬, 율동에 그저 요즘 메탈과 그놈의 덥스텝 등을 큰 고민 없이 얹은 초창기 싱글은 특히나 자부심이 강한 메탈 팬(여전히 그들만의 작은 리그에선 트루 메탈이니 뭐니 지겹게도 투닥거린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러나 2013년, 베비메탈이 야심 차게 발표한 싱글 ‘Megitsune’(암여우라는 뜻)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이 곡은 이것저것 다 제쳐놓고 그냥 훌륭했다. 일본의 전통 음악 선율을 바탕으로 한 그 어떤 A급 메탈 밴드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멋진 기타 리프와 구성에 소녀들의 미성과 율동이 곁들여진 이 곡에서 베비메탈은 최소 두 단계 이상의 진화를 해낸다. 어떤 음악팬․기획자도 생각지 못했을 메탈 음악과 아이돌 음악의 적절한 융합, 단순 부조화에서 오는 생경함을 넘어선 이들이 그리는 신세계에 음악 팬들은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한다.
2014년 발표된 데뷔 앨범 [BABYMETAL]의 수록곡 ‘Gimme chocolate!!’은 아예 한술 더 뜬다. 전자음을 명민하게 배치한 살벌한 전주만 들으면 빌보드에도 이름을 올려 본 주류 메탈 밴드의 신곡인가 싶지만 이윽고 터져 나오는 “와다다다다다-”라는 과하게 발랄한 소녀 보컬에선 그 누구든지 카운터펀치라도 맞은 듯 멍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후렴의 동요풍 멜로디와 초콜릿을 집어 먹는 안무, 이를 완벽히 받쳐주는 데스 메탈 사운드라니. 12음계로 새로운 게 더 나오겠냐라는 음악계의 유서 깊은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의 데뷔작은 이른바 ‘갭모에’의 극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며 유튜브를 통한 범지구적인 화제는 물론 베비메탈이 전 세계 유수의 록 페스티벌에 참전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쯤에서 메탈 팬들의 거부감을 없애 준 포인트는 다름 아닌 이것이다. “아, 베비메탈의 기획자는 메탈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 (베비메탈의 기획자는 KOBAMETA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악마의 뿔을 상징하는 손 모양, 일명 ‘데블 혼’을 살짝 변형해 여우 신(神)의 사인이라며 유쾌하게 사용하는 작은 것, 파워 메탈을 근간으로 버블검 팝부터 북유럽의 포크 메탈까지 커버하는 넓은 스펙트럼, 한동안 함께 했던 ‘그림용 밴드’에 의존하지 않고 어느 순간 진짜 프로 밴드를 고용해 고난이도의 라이브를 들려주는 결단까지. 음악을 제대로 잘 아는 사람이 큰마음 먹고 제대로 기획했음을 눈치 채게 되면 처음에 가졌던 심리적인 저항선은 상온 보관한 초콜릿 마냥 사르르 녹아버리기 마련이다.
마스터마인드 KOBAMETAL이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증거는 얼마 전 전 세계 동시 발매된 신작 [Metal Resistance]의 트랙 리스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양권 팬들에겐 ‘From Dusk Till Dawn’이라는 영국 밴드 Bring Me The Horizon을 연상시키는 소품곡을, 자국 팬들을 위해서는 비주얼계 그 자체인 ‘シンコペーション(싱코페이션)’을 각각 선물한 것. 이것만 해도 그의 혜안에 무릎을 최소 세 번은 쳐 줘야 마땅하지만 사실 나를 더 감동시켰던 포인트는 이 보너스 트랙들을 마지막이 아닌 중간에 배치한 부분이다. 싱글 단위가 아닌 앨범 단위로 한 작품을 소비하는 음반 애호가들은 음반사에서 ‘덤’이랍시고 끼워준 보너스 트랙 때문에 원작자가 의도한 온전한 청취 경험을 방해받을 때가 제법 있는데 내 생각엔 분명 KOBAMETAL도 한 번쯤은 당한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잘 듣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히트 싱글의 라이브 버전이 흘러 나온다든가….
어떤 메탈 밴드의 신보보다 낫다는 과한 호평을 듣고 있는 이번 신작으로 베비메탈은 빌보드 앨범 차트 TOP 40 진입, 영국 차트 TOP 20 진입, 미국 네트워크 텔레비전 데뷔 등의 성과를 올렸고 이젠 꽃길을 걸을 일만 남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지만 글쎄, 나는 조만간 떠날 것 같다. 너무 유명해지면 ‘팬질’하는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인지라. 뮤즈도 ‘Plug in Baby’ 전이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