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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법궁, 경복궁에는 숨겨진 다섯 개의 공간이 있다?!

무명의 더쿠 | 02-23 | 조회 수 7132

서울에는 모두 5개(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의 궁궐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궁으로 법궁의 지위에 있는 궁궐은 '경복궁'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새로운 수도로 정한 후 종묘와 사직 그리고 음양오행과 유교의 예(禮)에 따라 지은 첫 궁궐이 바로 경복궁이다.

경복궁은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약 90%)의 전각이 훼손되거나 팔려 나갔다. 이에 문화재청은 고종 때 중건된 전각의 약 10% 정도만 남은 상태에서 지난 1990년대부터 2045년까지 장기복원을 추진 중에 있다. 복원 완료 후 경복궁 내 전각은 고종 중건 당시의 약 40% 정도로 복원되는데, 경복궁의 크기는 약 46만m²(약 14만평)로 매우 넓다. 따라서 경복궁을 하루만에 관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안내책자와 함께 경복궁의 중심을 이루는 근정전(공식 행사 공간), 사정전(왕의 집무실), 강녕전(왕의 사적공간), 교태전(왕비의 공간)을 보고 중심축을 벗어나 있는 경회루(연회 공간)와 자경전(대비 공간)을 보는 선에서 끝낸다. 여력이 되는 일부 관람객은 근래 복원된 향원정과 명성황후가 시해된 건청궁을 보기도 하지만 경복궁의 북쪽 끝까지 오는 관람객은 매우 적다. 그나마 향원정이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조선 말의 슬픈 역사를 아는 일부 관람객이 건청궁을 찾는 정도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경복궁의 공간은 코로나 시국으로 관람객이 급감한 가운데, 자주 방문하던 관람객들조차 잘 찾지 않는 곳이다.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경복궁의 5곳'을 소개해 시민 여러분의 발길과 애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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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의 정문 예성문. 아쉽게도 예성문은 특별 개방 기간을 빼고 항상 닫혀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양인억


1. 장고

장고는 궁궐에서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항아리나 독에 담아 보관하는 장소이다. 향원지 서쪽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가면 작은 다리를 만난다. 다리 건너편에는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장고가 있으며 가운데 있는 문은 장고의 정문, ‘예성문'이다.

장고의 담장은 2m가 넘고 특별개방 행사를 하는 날을 제외하고 예성문은 항상 잠겨 있어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때문에 대부분의 관람객은 이곳을 그냥 지나치고 만다. 이번 기사의 장고 사진은 장고를 찍기 위헤 모노포드(외다리)에 카메라를 달아서 담장 위로 올려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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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을 한 장고 앞 작은 수로(水路), 건너 편에 함화당이 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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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문 안쪽에 살짝 보이는 장고. 장고 내부는 3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항아리가 보이는 부분이 가운데 부분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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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담장 너머로 본 장고 내부. 항아리 위 해를 등진 부분에 여전히 하얀 눈이 남아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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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보이는 문이 장고의 정문 '예성문'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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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의 항아리와 독은 전국에서 수집한 것으로 그 형태와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지역별로 햇볕 받는 것을 조절하기 위해 입구의 크기가 다르다. ⓒ양인억

2. 동궁 (세자궁, 춘궁)

동궁은 세자와 세자빈의 공간으로 ‘세자궁'이다. 사정전 동쪽에 위치한 동궁은 세자와 세자빈이 생활하는 ‘자선당'과 세자가 사부를 모시고 공부하던 ‘비현각'이 있다. 세자의 교육을 담당(세자시강원: 춘방)하고, 경호를 담당(세자익위사: 계방)하여 동궁의 일부였던 ‘춘방'과 ‘계방'은 근래 조사 발굴을 마치고 복원 중이다.

세자와 세자의 공간을 ‘동궁'이라 부른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처럼 차기 왕이 될 세자가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쪽은 사계절의 봄에 해당하는 것으로 동궁을 ‘춘궁'이라고도 한다. 이곳 동궁은 세종 때 세자 문종을 위해 처음 지어졌으며, 고종 때 중건 된 후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이 지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동궁 영역은 모두 훼손되었고, 지금의 자선당과 비현각은 1999년에 복원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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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당은 세자와 세자빈의 생활공간이다. 눈 쌓인 자선당 지붕이 행각 너머 보인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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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방 담장을 등지고 본 동궁. 사진상 우측(서쪽)이 자선당이고 좌측(동쪽)이 세자가 공부하는 전각, '비현각'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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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의 뒷간은 ‘측간’ 또는’ 칙소'라고도 한다. 경복궁에는 28곳에 모두 50여칸의 뒷간이 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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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궁의 정문, ‘이극문'은 동향을 하고 있다. 이극문 앞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동궁 너머 2층 지붕을 한 근정전이 보이며 그 뒤로 인왕산이 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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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각의 동쪽 문 중의 하나인 ‘구현문'. ‘구현'은 '어진이를 구한다'는 뜻으로 현인을 구하여 임금의 덕을 기르고 정사에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양인억

3. 함화당과 집경당

함화당과 집경당은 복도로 연결되어 향원정 남쪽에 위치한다. 이 두 각은 왕의 후궁들이 살던 공간으로 ‘빈궁'이라고 한다. 후궁의 공간은 함화당과 집경당 이외에도 ‘흥복전'과 ‘광원당'이 남쪽에 있었으며 동쪽에 ‘영훈전당'이 있었다. 2018년 흥복전은 교태전 아미산 화계 뒷편에 복원됐다. 다른 빈궁과 달리 일제강점기 함화당과 집경당이 훼손을 피한 이유는 경복궁에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지으면서 박물관 사무실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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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원정 북쪽에서 바라 본 향원지 건너편의 함화당(우측: 서쪽)과 집경당(좌측: 동쪽). 지붕에 소복이 쌓인 눈이 전형적인 한옥의 모습을 보인다. 함화당과 집경당은 복도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거의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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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바라본 집경당 모습. 멀리 인왕산이 보이며 사진상 집경당 앞(동쪽)의 공터는 또 다른 후궁의 처소 ‘영훈당'이 있던 자리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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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경당 북쪽 툇마루 아래로 본 모습. 집경당을 둘러싼 동쪽 행각의 문이 보색 대비를 이루어 툇마루를 통과한 시선을 집중 시킨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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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화당의 서남쪽 문, 진덕문에서 본 모습으로 좌측의 승광문을 지나면 함화당에 이른다. 행각 너머 높은 건물은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양인억

4. 태원전

태원전은 경복궁의 서북쪽 외진 곳에 떨어져 있다. 태원전 앞의 전각들이 사라진 텅 빈 공간에 소나무를 비롯한 나무들로 인해 여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관람객의 방해를 받지 않으려는 예비 부부가 야외촬영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2005년에 복원된 태원전은 빈전이나 혼전, 영전 같은 제사와 관련된 전각들로 이루어진 영역이다. ‘빈전'은 왕실에 돌아가신 분의 관을 모셔두는 곳을 말하며, ‘혼전'은 종묘에 모실 때까지 만 2년 동안 위패를 모시는 곳이다. ‘영전'은 돌아가신 분의 초상화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공간을 말한다. 죽음과 관련된 태원전은 일반 전각과 달리 단정하면서도 엄숙한 모습과 장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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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서북쪽 외진 곳에 위치한 태원전. 태원전 뒤로 한양의 주산인 백악(북악산)이 살짝 보인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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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편안하다'는 뜻을 가진 ‘경안문'은 태원전의 주 출입문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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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문'과 왕, 왕비 또는 왕실 어른의 관이나 위패를 모시는 '태원전' 사이의 복도각(천랑)은 단정하면서도 근엄함을 조성한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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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문 안쪽에서 본 천랑. 천랑은 복도각에 지붕을 만든 것으로 궁궐의 빈전이나 혼전으로 사용된 전각에 주로 설치되는 구조물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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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안문에서 천랑으로 연결된 태원전 모습 ⓒ양인억

5. 우물

고종 때 중건 된 경복궁을 기준으로 그린 평면도, '북궐도형'에는 우물을 작게 그리고 우물 '정(井)'자로 표시했다. 그 수가 무려 50개가 넘는다. 일제강점기 경복궁 전각의 90% 가량 훼손 당했으니 우물이 메워지는 것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라진 법궁의 우물을 복원해 현재 경복궁 내에는 모두 5개의 우물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다른 궁궐도 그렇지만 아쉽게도 경복궁의 물길이 끊어져 비록 우물에 물이 없지만 각기 다른 멋진 조형미를 갖춘 왕의 우물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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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우물은 임금의 생활공간인 강녕전 권역에 있다. 우물을 둘러싼 부분은 팔각이며 모서리에 구멍은 기둥을 세웠던 흔적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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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의 공간인 ‘교태전' 근처에 있어서 왕비의 우물로 추측된다. 왕의 우물과 달리 우물을 둘러싼 돌 자체의 자연스런 아름다움에 정감이 간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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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전 동쪽에 있는 우물. 2개의 태원전 우물 중 동쪽에 위치한 이 우물은 동그란 형태이다. 궁궐이나 한옥을 지을 때 ‘천원지방'이라 해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의미를 연못이나 주춧돌, 기둥 등에 적용했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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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전 서쪽에 있는 우물은 사각 형태의 우물이다. ⓒ양인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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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주방인 소주방은 내소주방(왕의 일상식 준비), 외소주방(연회 음식 준비) 그리고 생과방(간식 준비)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주방의 우물은 임금의 생활공간인 강녕전과 가까운 내소주방에 있다. ⓒ양인억

경복궁

○ 위치 : 서울 종로구 사직로 161
○ 운영시간
- 1~2월 & 11~12월 : 09:00~17:00 (입장마감 16:00)
- 3~5월 & 9~10월 : 09:00-18:00 (입장마감 17:00)
- 6~8월 : 09:00-18:30 (입장마감 17:30)
○ 휴무일 : 매주 화요일
○ 입장료 : 대인(만25세 ~ 64세) 3,000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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