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취재파일] "진통제로 5일을 버텼어요…응급실엔 갈 수 없으니까요"
70,566 716
2022.01.19 02:54
70,566 716

미등록 이주 아동 '아파도 참는 아이들'


갑자기 심각한 복통을 느낀 A 양. 응급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통증이 심각했지만 병원을 간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근처 약국에서 진통제를 산 뒤 집으로 향했습니다. 늘 그렇듯 아프니까 진통제를 먹었고, 꼬박 닷새를 버텼습니다. A 양은 아프면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갈까? 이번엔 진통제로 버틸 수 있을까?"


저희가 A 양을 만난 곳은 서울 중랑구에 있는 녹색병원에서였습니다. A 양은 부모님이 미등록 이주 노동자 신분이어서 '국적 불명' 상태로 지내야 했던 이른바 '미등록 이주 아동'이었습니다. A 양 같은 이주 아동·청소년은 말 그대로 '미등록', 행정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존재입니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외국인 등록은커녕, 출생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이들에게 의료보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치료도 일반인의 몇 배, 혹은 수십 배를 내야 하는데, 이들의 경제적 형편은 사실 넉넉하지 않습니다. 사소한 질병에도 신분이 불안해서, 또 병원비가 걱정되어서 병원을 갈지 말지 걱정해야 하는 게 이들의 일상입니다.


0000944128_002_20220104133301941.jpg?typ


몽골 국적의 미등록 이주 아동인 아누카 양도 아프면 일단 참는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쉽게 갈 수 없는 사정을 깨닫게 된 후부턴 어지간한 통증은 부모님에게도 쉽게 알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발목이 삐어서 한 일주일 동안 못 걸었어요. 힘든 상황이었는데 병원을 못 가고 집에서 치료했어요. 지금도 조금씩 아파요. (하지만) 여유가 없어가지고요. 엑스레이를 찍는 것만 해도 한 70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아빠, 엄마한테는) 말을 잘 못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의료 취약계층인 이들의 처지가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코로나19 전에는 보건소가 적어도 영유아에 대한 필수 접종은 제공해왔는데, 그마저도 삐걱대고 있는 겁니다. 1살, 3살짜리 미등록 아동을 키우고 있는 한 몽골 어머니는 코로나19 이후로는 보건소에서 접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가구공장에서 일했던 남편은 일거리가 줄어서 최근엔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 벌이가 아쉬운 상황에서 몇만 원하는 주사 비용조차 부담이 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녹색병원처럼 소수의 민간 병원·단체가 이들에 대한 의료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맹장 수술하면 한 20-30만 원 정도 돈을 본인 부담금이 나가는데, 이 아이들은 한 200-300만 원 나가거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만큼 이 지원금 200만 원도 부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 병원장은 이 사업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인데요. 아이들에게 외국인 애들에게 우리가 이런 서비스를 해준다고 그러면, 어머 왜 우리 국내 애들도 못 하는 걸 왜 해줘, 뭐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그러잖아요. 정말 이 아이들은 우리 전 세계를 앞으로 바쳐야 될 보배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면서 생각을 좀 달리해보자고 했습니다.


"이런 어린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사회적인 서비스, 그런 혜택 이런 것들을 준다면 이 사람은 훌륭한 한국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될 거고, 또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될 거예요. 차별하지 말고 정말로 어린이의 권리로서 우리가 이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이미 30년 전에,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고 치료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입니다.


0000944128_004_20220104133302126.jpg?typ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4조 (자료 : 국가인권위)

1. 당사국은 아동이 최상의 건강 수준을 유지할 권리와 질병 치료 및 건강 회복을 위한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에 관한 아동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 당사국은 이 권리의 완전한 이행을 추구해야 하며, 특히 다음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 영아와 아동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조치
나. 기초 건강 관리 증진에 중점을 두면서 모든 아동이 필요한 의료 지원과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944128
목록 스크랩 (0)
댓글 7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P사 감성 가득!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 F감성 풀충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45 04.29 39,05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52,941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268,14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31,36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90,336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20,18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470,68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22,24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9 20.05.17 3,028,73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05,30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76,708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8315 이슈 동국대 대나무숲 레전드. '형, 그때 왜 안아줬어요?' 1 05:12 134
2398314 유머 다시봐도 웃긴 win 활동명 공모.jpg 4 04:57 467
2398313 유머 새벽에 보면 엄청 시원해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1편 04:44 179
2398312 이슈 ai가 만든 국가별 귀신.jpg 10 04:42 549
2398311 유머 끼부림의 차원이 몇단계는 다른 도자캣 직캠(후방주의) 2 04:38 556
2398310 이슈 햄스터가 전율하는 마사지 스킬 3 04:16 809
2398309 유머 주인이랑 듀엣으로 노래 부르는 앵무새🐦🎵 2 03:37 642
2398308 기사/뉴스 고교동창 무차별 폭행, 장애 입힌 20대 항소심도 실형 (무려 🌟1년6개월 🌟) 5 03:35 765
2398307 유머 아 개웃긴 차 봤다ㅋㅋㅋㅋㅋ(일톡) 17 03:09 3,481
2398306 정보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루즈벨트 대통령 9 03:01 2,021
2398305 유머 정말 없는게 없는 무도 유니버스.jpg 9 02:56 2,641
2398304 이슈 오늘자 엠카운트다운에 입고나온다는 아이브 해야 의상(ㅅㅍㅈㅇ 52 02:53 5,159
2398303 이슈 이쯤 되면 대응 안하는게 신기한 하이브 31 02:45 5,118
2398302 이슈 웃기게 생겨서 컬트적 인기를 끌고있는 한 스코틀랜드 축구팀 마스코트 14 02:38 2,642
2398301 유머 평화누리특별자치도파주시동패동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팬테리움센트럴파크아파트609동.jpg 17 02:34 2,575
2398300 이슈 컨셉,헤메코 모두 반응 좋은 에스파 윈터 아마겟돈 런치코드.jpg 9 02:34 2,339
2398299 이슈 단월드 하이브 사태 공식입장[예고편] 캡쳐본이야 119 02:22 14,649
2398298 기사/뉴스 "공무원 돼봐야"…세무·노무사 시험 몰린다 02:20 1,470
2398297 이슈 할부지가 우유병 들고 있는거 보고 당근 뱉어버리는 루이바오 37 02:20 4,087
2398296 이슈 2세대 아이돌 독기 쌩라이브+파워메보 느낌 잘 살린 남돌 ‘샤이니-셜록’ 커버.ytb 2 02:12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