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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허니제이 이야기에 <아는형님>은 웃었고 리더들은 웃지 못했다

무명의 더쿠 | 11-22 | 조회 수 161218
http://topclass.chosun.com/mobile/daily/view.asp?idx=1415&Newsnumb=2021111415


스트릿우먼파이터(이하 스우파)는 현재 방송과 CF의 블루칩이다. ‘스우파’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전지적 참견 시점>, <집사부일체>, <나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아는 형님> 등에 출연한 이들의 활약을 통해 댄서들의 위상 자체를 바꾸어 놓은 이들의 서사가 다각도로 볼 수 있었다. 뒤늦게 ‘스우파 코인’에 탑승한 각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은 시청률에서도 모처럼 상승세를 보였다. 


https://img.theqoo.net/GZYKS


이미 각 크루 리더들의 관계와 서사, 대표 장르 등이 여러 예능을 통해 알려진 터라 <아는 형님>에서 새롭게 보여준 부분은 ‘나를 맞춰봐’ 코너였다. 스우파 우승 크루의 리더이자 현재의 걸스 힙합 장르를 만든 허니제이는 ‘누군가에게 매운맛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과거 주택 밀집 지역에 살던 허니제이는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괴한에서 습격당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택시에서 내릴 때부터 그를 쫓던 남성은 그가 골목길로 들어가자 계속 쫓아왔고, 그가 걸음을 멈추자 입을 막고 몸을 결박했다는 것.



- 지금도 스트리트에서 우먼들에게 일어나는 일 

허니제이는 ‘지금 내가 잘못된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발버둥을 첬고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자 상대가 놀라서 도망쳤다’고 했다. 그 당시 초인적인 힘이 나왔고, 상대가 도망친 뒤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엉엉 울었으며 이후로 그 길을 혼자 걷지 못해 당시 교제하던 이성친구가 매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는 것.

허니제이의 이야기를 듣던 <아는 형님>의 MC들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뒤로 계속 따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혹시나 오해하는 걸지도 몰라 잠시 길에 멈춰 가방에서 키를 꺼내는 척 하며 그 사람이 자신을 지나쳐가기를 기다렸다는 허니제이에게 김희철은 “그거 아주 좋은 자세다, 좋은 자세야”라며 칭찬했다. 


https://img.theqoo.net/abOKF


이후로 무서워서 친구가 매일 데려다줬다는 부분에서 이수근은 “그 분한테는 매일 집까지 갈 수 있는 명분이 생겼네”라며 웃었다. 이 말에 ‘아형’의 다른 MC들은 따라 웃었지만, 허니제이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듣던 게스트들은 웃지 못했다. 이들은 시종일관 허니제이와 같은 표정이었다.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실감이었다.

만약 허니제이가 그 순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상대가 허니제이의 생각보다 더 강한 담력과 체력을 소유했다면, 우리는 스우파에서 허니제이의 존재를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괴한의 습격을 받았을 때 섣부른 행동은 상대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허니제이의 이야기에 MC들은 웃었고 댄서들은 웃지 못했다

<아는 형님>에서 허니제이의 일화를 듣던 이들의 온도는 모두 달랐으나,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호스트들이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는 반응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허니제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에 멈춰섰다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 그럼에도 ‘상대를 배려했다. 아주 좋은 자세’라고 칭찬을 받아야 하는가. 더는 그길을 혼자 걸을 수 없게 됐다는 그의 트라우마도, MC 들에게는 ‘남자친구에게 기회가 왔다’는 농담의 빌미가 됐다. 결코 웃자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 누군가는 결코 웃을 수도 없는 이야기를 <아는 형님>들은 기어이 웃음의 코드로 삼았다.



- https://img.theqoo.net/xsoLJ


<아는 형님>이 방영된 같은 날 뉴스에서는 남성이 지속적으로 집에 찾아와 위협해 경찰에 스토킹으로 긴급 보호 조치를 신청해 임시 보호 처소에 거주하던 여성이 결국은 직장 등으로 찾아온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경찰이 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지만 이 워치는 여성의 반복 신고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여성이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한 기간은 11개월이었다.




 - 무사히 집에 가고 싶다는 소망  

2020년 기준 데이트폭력 신고건은 1만 8945건, 데이트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는 50건이 정도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19층에서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하고 베란다로 던진 남성이 구속됐다. 지난 7월에는 20대 여성이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방송인 전효성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한 데이트 폭력 관련 캠페인에서 “오늘도 집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가 ‘남성을 가해자 취급하지 말라’며 뭇매를 맞고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당분간 출연하지 못했고, 남성들이 주도하는 시위에는 그의 사진이 무단으로 사용됐다.

전효성이 이야기한 ‘살아서 집에 가고 싶다’는 소망은 과대망상일까. 허니제이의 이야기는 오직 허니제이만 겪는 이야기일까. 이들의 이야기에 가장 큰 반응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지 말라’라면, 이 또한 누군가에게는 웃음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면 이미 수면에 드러난 숱한 피해자들 외에도, 얼마나 많은 잠재적 피해자들이 생겨야 할까. 더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어째서 싸움 혹은 개그의 소재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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