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 발표된 강신재의 단편 소설 <젊은 느티나무>
당시 상류층 자녀들의 사랑을 다룬 연애 소설로 지금 읽어도 굉장히 세련되고 설렘
로설 좀 읽어본 독자들 심장 뛰게하는 설정과 대사를 잔뜩 보유한 소설로, 가장 유명한 문장은 이 소설의 도입부인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라고는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에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ㅡ 그의 표정이나 기분까지라도 넉넉히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티이샤쓰로 갈아입은 그는 성큼성큼 내 방으로 걸어 들어와 아무렇게나 안락의자에 주저앉든가, 창가에 팔꿈치를 집고 서면서 나에게 빙긋 웃어 보인다.
"무얼 해?"
대게 이런 소리를 던진다.
그런 때에 그에게서 비누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 나간다 ㅡ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
지수는 나를 보고 좀 당황한 듯 하였으나 이내 흰 이를 보이고 웃으면서 다가왔다.

"안녕하셨어요? 산봅니까?"
"네, 돌아가는 길이에요."
아이들은 우리를 새에 두고 떠들어대면서 잡기 내기를 한다.
지수는 한 아이를 붙들어 세터를 맨 줄을 들려주고는 어서 앞으로 가라고 손짓하였다.
우리는 잠자코 한동안 함께 걸었다.
아카시아의 숲새 길에서 그는 앞을 향한 채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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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보아 주셨소?"
하고, 겸연쩍은 듯한 소리를 내었다.
"네."
"회답은 안 주세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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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했다.
그는 성급하게 고개를 끄떡거렸다. 귀가 좀 빨개진 것 같았다.
*
그는 몹시 화를 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무도 맹렬한 기세에 나는 주춤한 채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어딜 갔다 왔어?"
낮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한다.

"편지를 거기 둔 건 나 읽으라는 친절인가?"
그는 한 발 한 발 다가와서, 내 얼굴이 그 가슴에 닿을 만큼 가까이 섰다.
"어디 갔다 왔어?"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죽어도 말을 할까 보냐고 생각했다.

상류층 아가씨인 주인공 윤숙희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다니는 이현규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피 안 섞인 남매가 됨
그리고 숙희를 좋아하는 장관의 아들이자 현규의 친구인 지수
현규의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지수의 러브레터를 둔 숙희
넘나 맛도리인것...
(짤들은 그냥 어울리는 짤 넣었음)
한국 문학계에 새 지평을 연 소설이라고 평가 받는 만큼 약 60년 전 소설임에도 굉장히 문장이 세련됐음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안 읽어봤다면 한 번 읽어보는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