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고려대 대나무숲 레전드 - 10년 짝사랑
7,457 29
2021.08.02 23:50
7,457 29
아직도 부끄러워서 여기에 적는다.


이제 늙은호랑이를 넘어 그냥 아재지만...
고대는 나름 내 20대를 바친 장소니까.


널 좋아했던 1학년.
풋풋한 새내기이었던 너는
다양한 사람들이랑 연애를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너무 친해지기 싫어서
적당하게 인사만 하는 사이라 티내진 못했지만
그 때부터 시기하고 좋아했다.


씨씨하는 니가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차라리 밖에서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같은 동기로 만나서 아무것도 못하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다.


이런 짝사랑이 1학년 때 멈췄으면... 이런 상상을 자주한다.
2학년부터는 친하게 지냈는데,
그냥 친구로 지냈으면 난 지금 뭐하고 지낼까?


하지만 난 군대를 가서도, 복학해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너를 포기하지 못했다.
남들이 고자라고 해도 그냥 넘기면서 살았다.


나도 이 상황이 너무 싫어서 소개팅도 나가봤지만,
다른 여성분들을 볼 때마다 니 생각이 나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나오곤 했다.


그리고 서른이 된 내 생일에,
무슨 용기였는 지 모르겠지만 생전 안마시던 술을 같이 마셨다.


너랑 사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비겁하지만 너무 힘들었던 내 10년을 놓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차마 맨정신으로는 힘들어서 알콜을 힘을 빌려 고백했다.
난 그 말을 10년동안 준비했는데 엄청 찌질하게 더듬고,
얼굴도 못 보면서...


"나 너 좋아했었고, 좋아한다"


근데 너는 그냥 웃었다. 그리고 그런 너를 보며 많이 당황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는데 사실 많이 당황했었다.
한참을 웃고 겨우 진정한 너를 보며 내 마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바보야. 내가 그걸 모르면 둔감한 멍청이지."


그 때까지도 나는 잘 숨긴줄 알았다.
근데 넌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 10년을 돌아봤다.
돌아보면 분명 눈치 챘을 것이다.
어떤 미친 남자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 옆을 10년 넘게 지킬까?
아무리 친구로 대하려고 노력했어도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다.


"나도 좋아해"


그렇게 여러 정류장을 거쳐 드디어 나한테로 정착했다.


왜 내 감정을 알면서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맘고생 시켰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서른에 첫 연애를 하면서
서투른 모습들을 다 귀여워해주는 너한테 감사함을 느꼈다.


사람들이 요즘에도 물어본다. 억울하지 않냐고.
그건 나도 모르겠다.
경험이 없으니까 정말 몰라서 억울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오늘도 이 여자가 집에서 잔소리하는 걸 듣고 나와도 행복하다.


집에 돌아가면 내가 상상만 했던 여자가 와이프라는 사실에 감사함만 느낄 뿐.



출처 -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18717번째포효
목록 스크랩 (0)
댓글 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로셀X더쿠] 슈퍼 콜라겐 마스크 2.0 신규 출시 기념 체험 이벤트 256 03.20 25,79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89,50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004,39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81,16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31,70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72,0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23,64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40,07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8,05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0,17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25,21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9048 이슈 태어나자마자 100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흰뺨기러기 새끼 03:55 25
3029047 유머 재난 경보음 같은 울음 소리를 가지고 있는 새 03:55 16
3029046 이슈 세종문화회관 옥상뷰로 보는 10만(?) or 25만(?) 관중들 1 03:52 159
3029045 이슈 좆됨 물총새 빡침 03:50 164
3029044 이슈 독수리를 쪼아죽였다는 논병아리의 진실 10 03:49 303
3029043 이슈 14가지의 안무가 가능한 춤신춤왕 코카투 9 03:45 190
3029042 이슈 앵무새 신났을때 6 03:45 176
3029041 이슈 내가 진짜 위로 많이 받은 게임 스토리.jpg 03:42 269
3029040 이슈 보기보다 롱다리인편인 부엉이 7 03:40 252
3029039 이슈 뭔가 반전인 아기 올빼미 5 03:39 258
3029038 유머 너는 어떤 초능력이 갖고 싶어? 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싶어 9 03:37 265
3029037 이슈 구구구구 하는 한국 토종 비둘기 5 03:35 258
3029036 이슈 추운날 목격된 붉은날개검은새 12 03:31 497
3029035 이슈 다가가면 조성머리에 큰일나는 나무 6 03:30 285
3029034 이슈 소리는 꽤 익숙한 굴뚝새 21 03:27 428
3029033 이슈 푸들만 보면 공격하는 ‘공포의’ 딱새 ‘난 시츄인데 왜…’ 4 03:25 457
3029032 이슈 동그래졌다가 바람빠진 풍선됐다가 하는 박새 보실분~ 2 03:23 304
3029031 이슈 의외로 순우리말 이름이라는 새 11 03:22 741
3029030 이슈 너무너무 예뻐서 이름까지 요정이 되어버린 새.jpg 22 03:20 1,027
3029029 이슈 흰머리오목눈이에게 이름 뺏길 위기인 '뱁새' 7 03:18 767